담배를 피우는 사람중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 왜 피우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궁해진다.

"해롭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오늘도 스무번도 넘게 끊었잖아"라며 우스갯말로 얼버머릴 수 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세상에는 담배 비슷한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나쁘다는데 모두 인식을 같이하지만 없어지지않는 못된 버릇,그것은 아마도 관치금융도 마찬가지가 아닌가싶다.

한나라당주치 "관치금융청산을 위한 임시조치법안"공청회가 18일 열렸다.

"많은 경제전문가와 국민들이 금융시장을 정상화시키고 금융기관이 경쟁력을 갖추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치금융이 청산되고 금융시장의 자율성이 제고돼야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는게 한나라당의 임시조치 법제안이유다.

이런 법을 만들어서 관치금융이 없어질 수만 있다면 백번이라도 더 만들어야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담배가 건강시 해롭다"는 경고를 담배갑에 써놓는게 별로 효과가 없는 것 처럼,임시조치법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공산도 떨쳐버리기 어렵다.

관치금융을 해결하기가 어려운 까닭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우선 금융에서 정부의 역할이 어디까지 인지 칼로 무우자르듯 분명히 하기가 쉽지않은 것도 큰 요인이다.

금융정책을 기획.수립.감독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정부고유의 기능이다.

그러면서도 은행자율의 영역을 침해하지 말아야하는데,그게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만약 재경부관계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기피해 부도사태가 빚어질 우려가 크다며 시쳇말로 "협조요청"를 했다면,그것은 우리가 문제삼아야할 관치금융인가 아닌가.

증시가 폭락사태이니 주식을 매입해달라고 투신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면 그것은 관치금융인가 아닌가.

나는 그런 경우 모두 관치금융으로 문제삼아야할 수도 있고,또 문제가 될 이유가 없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관계자의 은행에 대한 협조요청이 금융시장상황에 비추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가 결코 없다고 하기 어렵다고 본다면,관치금융에대한 판단은 더욱 어려워진다.

관치금융 해결을 위해서는 왜 부당한 요구도 그대로 통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 됐는지를 생각해보는게 순서다.

관치금융문제는 "NO라고 말할 수 없는 은행현실"과 표리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원인은 간단하다.

은행의 지배주주를 용인하지않는 정책,그래서 인사권을 행사할 "주인이 없는 은행"이 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부당한 관치를 거부할 수 있는 은행자율만이 관치금융의 해결책이다.

지배주주가 나올 수 있게 소유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과거와 같은 부당한 관치금융은 없어졌기 때문에 임시조치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게 여당주장인 모양이다.

그러나 정부와 은행의 관계가 정말 바람직한 상태로 자리잡았다고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그 경위가 어떻든 은행노조와의 노사협상에 재경장관과 금감위원장이 나가야했던 점만 되새겨 보더라도 그렇다.

은행장이 없는 은행노사교섭현장,그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오늘의 은행현실을 엿볼수 있게 한다.

한나라당이 만든 임시조치법안도 금융정상화의 청사진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와 금융감독기관 지시.감독(협조요청등 포함)을 문서로 하도록한 것등이 그나마 관심을 끄는 정도다.

지시의 증거만 남도록해도 부당한 간여가 상당폭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없지는 않지만,과연 어느 정도 지켜질 수 있을 지...

왜 은행주식보유 상한선(4%)등 소유구조를 고쳐 은행자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전혀 포함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부는 금융기관 임직원인사에 직간접으로 개입해서는 안된다(4조)금융기관 자산운용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6조)는 등의 선언문적 조항이 관치금융이라는 해묵은 답을 치유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