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국내외 우호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주가와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외국인투자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대표적인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포항제철 같은 공기업들도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비하는 추세다.

또 "글로벌 합종연횡"이 성행하면서 해외 전략제휴에 따른 "지분주고받기"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 협력업체, 자사 직원까지 동원해서 우호지분을 늘리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현대차에 대한 제3자의 적대적 인수합병이 감행될 경우 다임러가 현대차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뒤 양사가 이를 50대 50으로 나눠 갖기로 하는 "백기사 협약"을 맺었다.

대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해외업체와 정식으로 백기사 협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번 다임러와의 제휴과정에서 지분 10%를 주면서도 확실한 우호파트너로 굳혀 놓기 위해 의결권을 위임받기로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현대는 최근 미쓰비시자동차 및 상사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 4.8%에 대해서도 현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포괄협약을 맺었다.

동해전장이 최근 56억원을 들여 현대차 34만여주(0.1%)를 샀고 성우하이텍이 14억원을 투입, 10만주(0.04%)를 매입한 것도 현대차의 우호세력 확대전략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99년 인텔에 지분율 0.8%에 상당하는 1억달러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외국인 지분율이 57%에 달하는 삼성은 외국의 금융기관과 거래처를 우호세력으로 확보중이다.

세계 1,2위 철강회사인 포항제철과 신일본제철도 서로 지분을 주고받는 전략을 쓰고 있다.

두 회사는 지분을 공유하고 연구개발분야에서 제휴하기로 함에 따라 포철은 신일철의 주식 0.22%를, 신일철은 포철지분 0.5%를 서로 주고 받았다.

양사는 앞으로 공유지분 비율을 더 늘릴 계획이다.

작년 가을 포철이 DR(주식예탁증서)을 해외에서 발행할 때 중국과 싱가포르정부가 각각 투자기금에서 포철주식 1%씩을 매입한 것도 간접적인 우호세력확보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 포철은 신세기통신(017) 지분과 SK텔레콤(011) 주식을 맞바꾸는 과정에서 SK가 포철 주식 3%을 우호지분으로 시장에서 사도록 했다.

포철제품을 사가는 동국제강이 포철 주식 1% 정도를 보유중인 것도 포철 우호세력확대 전략의 산물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일본의 이동통신회사인 NTT도코모사를 협력파트너로 끌어들이기 위해 15% 정도의 지분을 넘겨 주기로 하고 양도가격을 협상중이다.

SK는 작년말 SK텔레콤 주식을 포항제철의 신세기통신 주식과 맞바꾸면서 서로 우호적인 전략제휴를 맺었다.

SK는 또 포철의 주식 3%를 우호지분으로 매입했다.

LG화재도 회사부담 5만원, 본인 부담 5만원 등 직원 1인당 매달 10만원씩 주식매입자금을 마련, 직원들에게 자사 주식을 사도록 하면서 우호지분을 늘리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