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광 < 대한상의 이사 >

최근 TV에서 한 인터넷 회사의 광고를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파리"라는 단어를 넣고 검색하면 갑자기 파리 여러 마리가 붕붕거리면서 화면을 가로지른다.

이것이 아니라면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 "파리"를 검색하니 이번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뜨면서 화면이 여행분위기로 바뀌는 그런 광고였다.

재치있는 아이디어라고 웃어 넘길 수 있는 이 광고가 기억에 남는 것은 인터넷, 그리고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안고 있는 기본적 문제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광고는 거래가 단순히 신속하기만 하고 "정확하지 못할 때"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프랑스 파리에 가려고 인터넷을 이용했는데 파리만 붕붕거린다면 아무리 신속하게 구현됐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이 대거 등장하더니 올해들어 기업간 거래를 위한 전자시장(Electronic Marketplace)을 개설하겠다는 발표가 국내외에서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월 서로 경쟁하던 미국의 3대 자동차회사가 손잡고 전자시장을 구축키로 했다.

국내에서도 화학 중공업 건설 식품 의류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위한 제휴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발표는 무성하지만 전자시장을 통한 기업간 거래가 제대로 이뤄진 사례는 아직 드물다.

기업간 전자상거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데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는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기존의 오프라인거래에서 경험하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으로 계약을 맺으려고 계약체결 버튼을 눌렀는데 체결메시지가 전송되지 않거나, 전송되어 상대편에 전달됐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거래에 대해 부인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안정적인 인터넷 접속과 서버를 제공하는 인터넷 데이터센터 설립이 확대되고 있다.

또 전자문서의 무결성 보장, 부인방지 등을 위한 인증서비스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전자상거래의 필수적 인프라임에도 아직 손길이 미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상품과 기업체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다.

전자상거래의 프로세스를 보면 먼저 상품을 검색하고, 그 상품을 만든 제조업체에 대해 알아본 다음, 거래 조건에 대해 흥정하고 계약을 체결해 거래가 이뤄진다.

그러므로 전자상거래가 되려면 우선 상품과 기업체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아직 기업간거래에 필요한 상품이나 기업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미흡하다.

일부 거래알선 사이트들이 상품과 기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극히 일부다.

어떤 기계부품을 만들기 위해 탄소가 함유된 철강을 사려려는 경우,강도가 요구량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이거나 또는 거래 상대방이 부실한 업체라면 그 거래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이는 여행을 가기 위해 "파리"를 찾았는데 붕붕거리는 파리를 구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간 전자상거래는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매우 상세하고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다행히 업계와 정부 사이에 체계적인 상품정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상품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진전이 기대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표준화를 선도하기 위해 얼마전 창설된 전자상거래 표준화 통합포럼에선 전자카탈로그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를 위한 기업체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거래를 위해 만들어졌던 총람류의 자료가 있기는 하지만 온라인 거래에 쓰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기업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전자상거래의 기초가 될 이러한 작업에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고 나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될 때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성공적인 진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