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영학석사(MBA) 출신의 옷가게 사장, 프랑스 겐조사 디자이너 출신의 의류매장 주인, 유명 제화회사 디자인팀장 출신의 액세서리점 주인 등.

재래시장 패션쇼핑몰에 유학파 출신의 고학력 상인들이 속속 입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은 소품종 다량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도매상인이 아니라 패션 전문 사업가의 꿈을 품고 과감히 인생항로를 바꾼 경우여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달초 개장한 명동 밀리오레 2층에 "이마상스"라는 여성 의류점을 낸 김경선(37)씨.

미 뉴욕 롱아일랜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고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1997년 귀국해 국내 유명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해보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고액연봉의 유혹을 뿌리치고 장사를 시작했다는 그는 "나만의 브랜드를 갖는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주얼리 및 패션 디자인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유학을 마친 상인들도 있다.

밀리오레 명동점 지하 2층에서 액세서리 매장 "고인돌"을 운영하고 있는 김호원(30)씨도 그 가운데 하나.

영남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패션스쿨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밀라노 "마랑고니"에서 3년간 유학했다.

2천~20만원대의 다양한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이 매장의 주고객층은 20대 여성들.

매장 구성에만 1년을 공들였을 정도로 사업에 쏟는 정성이 대단하다.

두산타워 지하 1층 두체에서 여성 캐주얼 매장인 "先"을 운영하고 있는 정혜선(28)씨는 런던대 순수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남성복 업체인 폴스미스사에서 1년간 일했다.

폴스미스사 근무 당시 능력을 인정받아 파리 겐조사에 스카우트돼 3개월간 근무하다가 "청운의 꿈을 품고" 귀국, 동대문에 자리를 잡았다.

동대문 등 재래시장에는 이들 외에도 10여명의 유학파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