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등록(상장) 예정기업들이 공모주시장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식을 모집하는 시장인 이른바 공모주 시장은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기업들은 증권업협회의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금융감독원에 공모신고서를 접수시켜야만 공모주 청약이 가능하다.

이때 공모주 가격을 정해야 한다.

기업과 주간사 증권회사는 기관투자가들의 예비청약(가격 및 물량제시)을 받아 그 평균치를 참조해 공모가를 확정짓는다.

이 예비청약 과정을 증권 용어로 수요예측이라 부른다.

이 공모시장 이곳 저곳에서 요즘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한 기관투자가를 사실상 강제로 배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벤처기업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자금확보에 초비상이 걸렸고, 장외시장에서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고 있다.

<> 공모주시장의 쇳소리 =오리엔텍의 주간사 증권사인 신한증권은 3대 투신에 공모물량을 배정하지 않기로 했다.

3투신이 공모희망가격(3만원)의 3분의 1 수준인 1만1천원으로 가격을 책정해서다.

주간사증권사가 이같은 조치를 취할 권리는 보장돼 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강제철회''라는 초유의 사태에 당혹해 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3투신이 기관배정물량의 50% 이상을 받아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는 다수를 배제하고 소수의 의견만을 받아들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 기업과 기관투자가간의 반목 =코스닥공모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공모가 거품을 사실상 조장했던 투신들이 이번에는 거꾸로 적정주가 이하로 떨어뜨리는데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국순당 페타시스 텍셀 등의 수요예측에서 3투신이 같은 가격을 적어낸게 증거라고 입을 모은다.

세종하이테크사건에서 보듯이 한때는 주가의 거품을 조장하더니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억지로 공모가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투신사의 입장은 다르다.

공모가에 끼어 있는 거품을 제거하자는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턱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발행기업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역공한다.

이같은 대립으로 결국 금융감독원까지 개입했다.

금감원은 3투신사의 담합여부를 조사했으나 "불법소지"는 없었던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의 유흥수 기업공시국장은 "코스닥시장의 급락으로 기업과 투자자간에 이해가 충돌하며 마찰이 일어나고 있어 금감원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 가중되는 벤처기업의 자금난 =공모가격의 하락은 벤처기업과 이들에게 돈을 댔던 창투사, 장외시장에서 주식을 샀던 투자자 모두에게 큰 손실을 안길 전망이다.

등록을 앞둔 벤처기업들은 자금조달계획을 전면 수정해야할 처지다.

오리엔텍의 경우 적어도 공모가격이 적어도 희망가격인 3만원(액면가 5천원)은 될 것으로 예측해 장비도입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만1천원에 발행하게 돼 자금운용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벤처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데 있다.

한강구조조정기금과 산업은행이 출자전환형태로 지분참여한 페타시스의 공모가격은 4천원.

이들 기관의 출자전환가격도 역시 4천원이다.

이자수입 등을 생각하면 수익은 커녕 손실을 본 셈이다.

벤처투자의 위축은 "펀딩"에 목숨을 걸고 있는 새내기벤처들에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밖에 장외시장의 한파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호재중의 호재로 꼽히던 코스닥등록이 최근에는 최대 악재로 뒤바뀐 상태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