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마지막날인 25일 국회는 본회의 개최여부를 놓고 하루종일 전운이 감돌았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장단의 출근저지를 통해 본회의 개최를 원천봉쇄 하겠다는 전략을 동원한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 강행처리 시나리오를 작성,준비작업에 나서는 등 여야는 본회의 격돌에 앞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이날 한나라당은 본회의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이만섭 국회의장의 한남동 공관과 김종호 부의장의 서교동 자택에 의원들을 보내 등원을 저지했다.

한남동 의장공관에는 오전 8시부터 하순봉 김영구 맹형규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몰려와 출근 준비중이던 이 의장에게 "YS 때도 날치기를 하지 않은 분이 이 의장 아니냐"고 치켜세운 뒤 국회법 개정안를 본회의에서 직권상정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에 이 의장은 "여기는 왜 왔느냐","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국회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혀 야당 의원의 긴장을 누그러 뜨렸다.

서교동 김 부의장 자택도 전날 밤부터 몰려든 야당의원들로 북적였다.

박원홍 박주천 김부겸 의원등 20여명이 실내와 마당에서 김 부의장의 출근 시도를 저지했다.

10시께는 박관용 강삼재 부총재 등 중진들도 여기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께 김 부의장이 자택을 몰래 빠져나와 진을 치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철수했다.

<>.본회의 강행처리를 결정한 민주당은 야당과의 격돌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본회의를 강행할 경우 발생할 불가피한 몸싸움에 대응해 의사봉 및 무선마이크 두 개 이상과 사회자용 멘트를 준비하고 의사국 직원과 속기사를 확보해둘 것을 당직자들에게 지시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저지선을 뚫고 본회의를 열기에 적합한 장소도 사전 점검했다.

본회의장은 비교섭 단체 의원의 합류가 용이하지만 한나라당의 저지가 어렵고,예결위회의장은 한나라당 저지조를 분산시키기는 쉽지만 의결정족수 확보가 불리하다고 분석한후 제 3의 장소도 물색했다.

이 시나리오는 또 의결정족수인 과반수를 채우기 위해 비교섭 단체 소속 의원의 참석을 독려하라는 지시도 들어 있었다.

<>.이날 10시 열린 민주당 의총에서는 국회 강행 처리를 둘러싼 중진과 소장파간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송영길 의원은 "자민련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한나라당과의 협력도 필요하다"며 "자민련이 앞으로 모든 사안에 대해 우리와 입장을 같이한다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이협 의원은 "민주당과 자민련이 공동정부를 세웠고 같은 길을 가고 있다"며 "노선과 취향이 같은 당의 교섭단체 구성에 찬성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화갑 의원도 "한나라당이 "상생의 정치"를 말하는데 자민련과 같이 하는 것도 "상생""이라며 "다수당의 힘으로 몰아붙이기는 것은 상생이 절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남국.김미리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