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유동성 악화설로 자금시장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직접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BIS 비율이란 족쇄에 묶인 은행도 기업대출을 기피해 기업 돈가뭄을 심화시키고 있다.

하반기에도 금융 구조조정과 대규모 회사채 만기도래 등 불안요인이 얽혀 있어 신용경색 현상은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 기업들 목탄다 =지난달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기업의 순자금조달액(조달액-상환액)은 마이너스 6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증시가 침체를 거듭함에 따라 주식발행을 통한 직접금융 조달액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절반 이상(55.5%) 감소했다.

은행들은 생사(生死)를 가르는 잣대인 BIS 비율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 대출보다는 위험이 적은 가계대출과 국공채 투자 비중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자금시장 안정책도 지지부진해 자금시장엔 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지표금리가 연중 최저치 경신 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초우량 기업을 제외한 중견기업들은 인수처를 구하지 못해 회사채와 CP(기업어음) 발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투기등급 채권의 경우 연 13~14%의 금리를 제시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 하반기에도 먹구름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26조6천8백억원에 달한다.

특히 7월과 12월에 각각 5조5천5백억원과 9조9천7백억원이 집중돼 있다.

이중 41.7%(11조1천2백억원)는 투기등급 채권.

하반기 신용경색현상이 지속될 경우 중견기업의 차환 발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6월말 현재 판매고가 26조6천2백억원에 이르는 하이일드, 뉴하이일드, CBO(채권담보부증권) 펀드 등 투신상품도 복병이다.

이들 상품의 하반기 만기도래 규모는 10조원이 넘는다.

이들 펀드에 편입돼 있는 채권은 6조9천7백억원.

이중 투기등급채권은 전체의 59.2%인 4조1천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회사채 및 투신상품의 만기가 대거 몰려옴에 따라 채권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간접금융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 3.4분기중 대기업 대출수요가 큰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기관들은 돈줄을 더욱 죌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3.4분기엔 경기상승세가 둔화되고 기업별 시장리스크 차별화가 심화됨에 따라 금융기관이 자금을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할 예정"이라며 "일부 중견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수급상의 불균형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 근본처방 시급 =이번 고비를 넘기더라도 은행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한계기업들의 자금난이 겹칠 경우 신용경색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강호병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는 추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은행권 합병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정공법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음달초로 예정된 프라이머리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가 제대로 발행될 경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사정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프라이머리CBO는 2조5천억원 정도로 예정돼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