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
네이버의 김보경 팀장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다.
겉으론 약해 보이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강인함.
김 팀장의 숨은 내강은 짧은 대화만으로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처음 네이버를 시작할 땐 사람이 좋았고 일이 좋았어요.
이젠 네이버도 예전같진 않아요.
일년사이에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거든요.
가끔 옛날 아기자기하게 일하던 시절이 그립긴 하지만 언제까지 과거만 생각하며 살 순 없잖아요.
어른이 되면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해야하듯 네이버도 규모에 걸맞는 조직으로 거듭나야지요.
어릴적 즐거웠던 한때는 추억으로 남겨기고 말이예요"
김보경 팀장은 네이버 살아있는 역사다.
어쩌면 네이버의 일부분이라는 표현이 적합할지도 모른다.
그는 바로 삼성SDS의 사내벤처였던 네이버를 탄생시킨 창립멤버이기 때문이다.
김 팀장이 주로 해 온 일은 서비스 기획.
처음에 단순한 검색 기능만 갖고 있던 네이버가 지금의 포털사이트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김 팀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뉴스,지도,사전 등 다양한 기능들이 김 팀장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김 팀장은 무슨 일을 맡겨도 척척해내는 슈퍼우먼이다.
지금은 기획을 맡고 있지만 김 팀장은 사실 엔지니어 출신이다.
1994년부터 검색엔진 개발을 했다.
네이버를 시작한 후에도 개발을 해 왔지만 1998년부터는 기획에 주력하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지난해 네이버가 독립했을 때는 기획,디자인은 물론 광고영업까지 김 팀장의 몫이었다.
김 팀장은 실력을 보여주는 사례 하나.
처음 독립한 네이버의 첫해 광고 목표는 5천만원이었다.
김 팀장은 그러나 7천만원을 거뜬히 올렸다.
김 팀장은 네이버의 안주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힘들어 하는 나이 어린 개발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다독여 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덕분에 그는 요즘 술이 부쩍 늘었다.
소주 한잔이던 주량이 이제 반병쯤은 끄덕없다.
네이버 식구들과 밤늦게까지 일한 뒤 포장마차에서 술한잔을 하면서 고민을 풀어주는 것이 김 팀장의 일과가 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직원 가운에는 이런 김 팀장을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김 팀장은 회사에서 엄마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집에서도 엄마다.
앳된 외모와 달리 다섯달 된 딸이 있다.
요즘엔 딸이 재롱을 부리는 재미에 살고 있단다.
김 팀장은 네이버가 다음 세대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선 세대로서 길을 닦아 뒤따라 오는 젊은 벤처들이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시작한 벤처기업인 만큼 네이버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깨가 무겁지요.
이젠 사명감을 갖고 일할 때입니다"
김 팀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네이버는 이제 돌을 갓지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와 같습니다.
앞으로 예쁘게 자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는 인터넷 기업이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입니다"
<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