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9시30분.

상하이시 쥐루루(巨鹿路) 4백17호 핑안(平安)보험공사 창구.

막 문을 연 시간인데도 30여명의 고객들로 빼곡하다.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 창구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희끗희끗한 백발의 노부부.

창구직원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돋보기 밑으로 보이는 보험상품 설명서를 힘겹게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손자들에게 선물할 보험을 고르러 왔습니다"

"훙바오(紅包)가 보험증서로"

중국 보험시장의 급성장을 알리는 단적인 표현이다.

훙바오는 중국의 전통중 하나로 할머니.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돈을 담아줄때 사용하는 빨간 주머니.

이 훙바오가 90년대 들어 예금통장으로 바뀌더니 최근엔 생명보험(人身保險) 증서로 대체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보험창구에서 노인들을 보는건 흔한 일이 됐다.

핑안보험 미쉘 셰(중국명 사홍) 부총경리는 "중국보험시장은 막 성장단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체 보험보급률은 현재 2%를 약간 웃도는 수준.

그러나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廣州) 등 중국 주요 20개 도시의 보험가입률은 38%나 된다.

특히 상하이에 위치한 보험사의 보험수입은 전체의 13%에 이른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고 있는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보험이라는 신천지가 각광받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지난 80년대 이후 연평균 36%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막대한 중국보험시장 잠재력은 외국계 보험사 진출 현황을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상하이와 광저우에만 외국계 보험사를 허용하던 중국정부는 지난해 선전 다롄(大連) 충칭(重慶) 텐진(天津) 등 4개 도시를 추가 개방했다.

현재 외국계 보험사 20여 곳이 중국 진출을 승인받았다.

허가를 기다리는 외국회사도 80여개나 된다.

상하이에 외국보험사로는 맨처음 진출한 AIA보험의 나이스코 슈(중국명 서정광) 지점장은 "보험시장은 은행보다 더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무리 상하이의 성장률이 높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론 중국 보험시장의 성장잠재력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핑안보험 리핑(李品) 주임이 이런 의문을 풀어줬다.

"개인들 수중에 돈이 남아 돈다는 것은 부차적인 이유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사회 보장체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죠. 즉 실업과 의료 등 국가가 책임져 오던 미래보장체계가 개혁.개방이후 개인의 몫으로 남겨졌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생명보험이나 의료보험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