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질서경제학회와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은 26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국가경제와 자동차산업"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백영훈 질서경제학회 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국부유출을 막고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우자동차를 현대자동차-다임러크라이슬러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관 자동차개발연구원 원장은 채권단이 대우차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채권 회수차원이 아닌 자동차산업의 발전이라는 각도에서 대우차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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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훈 < 한국질서경제학회장 >

자동차산업은 국력을 판단하는 주요한 잣대다.

그 규모와 전후방 연관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크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은 국가 백년대계를 고려하면서 국가 경제발전의 철학과 통치이념에 따른 정책적 발상을 통해 육성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자동차산업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방위산업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포드가 대우자동차 인수 우선 협상대상자로 결정된 것은 단순히 몇조원 더 챙긴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한국의 경우 IMF를 기점으로 현대자동차 한 회사만 살아남게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우자동차가 포드에 인수된다면 현대자동차는 국내는 물론 국제 시장에서도 포드와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연 현대차가 자금과 기술면에서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많다.

대우차 매각은 외국메이커의 인수전략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종합적 평가위에서 결정돼야 한다.

또 부품산업의 육성이나 고용 등 종합적 평가기준을 우선적으로 내세워야 한다.

과거 도요타의 철수,GM과 대우 합작의 실패,포드의 영국 다겐햄 공장 폐쇄 결정 등을 미뤄 볼때 해외업체 인수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수 있다.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선진 메이커가 1백년에 걸쳐 이룩한 성과를 우리는 3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이뤄냈다.

조금만 더 자동차 산업에 힘을 실어준다면 세계적 경쟁에서 승부를 겨눌수 있는 한국기업으로 당당히 자리잡을 수 있는 산업이다.

따라서 대우차 처리는 국내 자동차메이커가 자립적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세계 자동차 네트워크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현대-다임러 컨소시엄에 인수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에따른 독점 문제를 논하는 것은 세계자동차 산업의 글로벌경쟁이라는 구도에 비춰볼때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1세기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간 1천만대 생산이라는 조건을 갖춰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공업의 발전은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이 주효했다.

내수시장에서 기반을 잡을 때만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축적하고 좋은 차를 만들수 있게 된다.

대우차를 해외메이커에 넘기면 국내 시장 경쟁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경영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도 자동차 산업이 특정재벌에 귀속되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기업으로서 국민 주식참여에 의해 세계 기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현대차는 지난날 재벌의 모습에서 탈바꿈 하고 있다.

이 노력을 한층 가속화해 계열분리는 물론 경영과 소유의 철저한 분리,주식공개 등을 통해 한국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자동차산업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독일의 폴크스바겐이나 일본의 도요타 미쓰비시는 명실공히 국민차다.

국민의 호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적 자동차 강국으로 발전해야 한다.

세계적 메이커의 횡포 앞에서 우리가 굴복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는 국민의 결의에 달려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