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투신사 등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임기응변식 회생위주의 구조조정작업이 신용경색과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했다는 정부자체분석이 나왔다.

부실금융기관들의 퇴출이 지연될 경우 해당 기관의 영업기반 약화 및 부실심화로 국민들의 혈세만 낭비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따라 퇴출방식 대신 금융지주회사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정부의 하반기 구조조정 작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정책평가위원회(위원장 이세중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와 국무조정실은 26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전 국무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총 39개 중앙행정기관의 "2000년 상반기 정부업무 심사평가 결과 보고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책평가위는 보고회에서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가 2차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경제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 보다는 "부실금융기관 살리기"에만 급급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로 인해 정부가 수많은 금융시장 안정대책들을 쏟아냈음에도 시장의 신뢰를 얻기는 커녕 자금시장경색을 초래하고 더 나아가 실물경제마저 불확실성 속에 빠뜨렸다고 정책평가위는 질타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정책평가위는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부처에 대해 "부실금융기관은 반드시 퇴출된다는 원칙을 세우고 아울러 정책실패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관련해서도 감독당국의 부실기업처리에 대한 소극적 자세가 지적됐다.

정책평가위는 76개 워크아웃 기업중 32개 기업이 조기졸업을 추진중이지만 부채규모가 큰 대기업의 졸업실적은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전체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여신 1백조원중 졸업기업에 대한 여신은 7.7조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책평가위는 또 39개 중앙행정기관의 62개 주요정책과제를 평가한 결과 모두 3백49건의 개선조치사항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책평가위는 개선조치 사항에 대해 해당 부처별로 8월20일까지 세부추진 계획을 수립토록 했다.

국무조정실은 개선 추진상황을 점검해 하반기 종합평가시 이를 반영할 방침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