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을 공장 앞마당의 풀뽑는 작업에 동원하고 있는데 이 방법도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습니다"

경기 부천에 있는 이동전화 단말기 부품제조업체의 한 사장이 한숨을 내쉬며 기자에게 내던진 푸념이다.

배터리팩을 만드는 이 업체는 전체 6개 라인중에서 현재 수출제품용 2개 라인만을 가동하고 있다.

이미 내수용은 재고만 3~4개월 분이나 쌓여 있기 때문이다.

생산을 계속할 경우 재고가 쌓여 작업에 들어가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풀뽑기나 품질교육등에 투입하고 있다.

전국 2만개에 이르는 이동전화 부품업체들이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6월1일 이동전화단말기 보조금폐지 이후 내수 판매가 이전 평균의 10~20%에 불과할 정도로 급격하게 감소하면서다.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주문은 커녕 설상가상으로 매출급감을 보전할 목적으로 부품업체들에 납품가를 인하마저 요구하는 형편이다.

부품업체들은 세계적 휴대폰 시장활성화에 따라 증설했던 설비투자금의 상환요구도 받으면서 급전 구하러 다니느라 앉아 있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그는 털어놨다.

"이런 상태로 간다면 아마 한두달내 부품업체들이 줄지어 쓰러질 것입니다"

그는 CDMA단말기가 내수시장 폭발로 그나마 부품국산화율이 50~60%(배터리포함)에 이를 정도로 높아졌지만 매출하락으로 지속적인 개발이 되지 못할 형편이어서 앞으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투자된 설비는 유휴설비로 전락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돼온 휴대폰 산업의 붕괴마저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 관계자는 "내수판매 감소로 8천억원 가까운 재고를 떠안은 13개 단말기업체들이 수출로 진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한정된 물량을 놓고 선후발간에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출 채산성 악화가 뻔히 보이는 대목이다.

기자가 부품업체 사장에게 이런 상황에 미리 대비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정부가 올들어 수입확대의 주범으로 휴대폰을 지목해 전격적으로 가입 보조금을 폐지하는데 중소업체들이 무슨 수로 대응합니까"

앞뒤를 재보지 않고 시행한 단견적인 정부 정책이 가져오는 산업 후유증의 책임을 누가 지는지 자못 궁금하기까지 하다.

< 윤진식 산업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