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짜''무명이던 전지현을 한순간에 n세대 우상으로 만든 것은 단 한편의 CF였다.

삼성 마이젯 프린터광고에서의 뇌쇄적인 율동과 취한 듯한 시선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휘저어놓았다.

전지현은 이 CF의 인기로 영화 ''시월애''에 캐스팅됐다.

정우성과 고소영이 출연한 ''지오다노'' 고수의 ''써니텐''CF도 단연 ''춤''이 화제였다.

이 CF들은 모두 한 사람의 손을 거쳐갔다.

바로 곽용근(32)씨.

그의 공식 직함은 모던재즈 아카데미 ''더 댄스''의 원장이지만 CF 전문 안무가로 더 유명하다.

“댄스에서 테마를 중요하게 여겨요.

마치 드라마처럼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요소가 있어야지 연기를 하는 사람도 정말 흥에 취해 춤을 출 수 있거든요"

바로 이 드라마적 색깔이 그가 안무를 맡은 CF에서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다.

청바지 광고 ''지오다노''는 드라마적 색채가 가장 두드러진 작품.

정우성이 춤으로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고 이에 다시 고소영이 춤으로 응수하면서 두 사람이 커플이 된다는 구성이다.

마치 존 트라볼타 주연의 ''그리스''를 연상시킨다.

MBC 무용단 수석 무용수로 7년여동안 활동하던 곽씨는 지난 97년 무작정 뉴욕으로 건너갔다.

8개월동안 뉴욕에 머물면서 곽씨는 모던 재즈를 자신의 전공으로 삼기로 했다.

“느린 템포의 음악에 맞춰 호흡을 길게 끌고가는 모던재즈에는 드라마적 요소와 감정이 강하게 들어있어요.

재즈의 본고장에서 모던재즈를 배우며 ''아 이게 내 길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국 후 기회는 정말 우연히 찾아왔다.

아는 사람의 소개로 시작한 CF댄스 안무에서 그의 감각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주문대로 움직이는 율동에 익숙해있던 CF감독들에게 그는 춤의 드라마를 강조했다.

"연기자들이 쉽게 춤의 분위기에 젖어들려면 춤 속에 테마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지 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시선이 나오거든요."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

여기저기서 CF가 밀려들어왔고 요즘은 한달 평균 4편의 CF가 곽씨의 손을 거쳐 나간다.

이제 콘티를 보는 순간 어떤 몸놀림이 필요한 지 감이 올 정도다.

곽씨는 요즘 매우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9월23일 일본가수 아무로 나미에의 서울공연 오프닝 행사 안무를 맡은데다 그 일주일 뒤에 열리는 H.O.T와 SES의 중국콘서트 오프닝 안무까지 맡았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춤을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유행을 쫓아가려고 춤을 배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춤을 보다 깊이있게 알고 싶으면 인내심을 갖고 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