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 숙대 교수 / 경제학 >

지난주 한국경제신문은 ''은행권 기업금융 고사위기'' ''금융권 이기(利己) 심각, 자금시장 꼬인다'' 등의 자금경색을 경고한 기사를 실었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이 "기업 자금 무차별 회수 말라"고 경고한 기사도 있었다.

그러나 ''자금경색은 반드시 나쁘다''는 선입견은 다시 한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유망하고 효율적인 사업에 자금이 차단되는 자금경색은 건실한 기업의 부도와 금융권의 부실이란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무모하고 비효율적인 기업의 자금을 회수하는 자금경색은 오히려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경제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금융기관은 담보와 보증이 있으면 기업 투자의 효율성에 관한 심사 없이 자금을 공급해 줬다.

그 결과 기업은 무모하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여 결국 IMF 경제위기로 이어지게 됐던 것이다.

지금 우리 기업이 자금경색 때문에 아우성치는 이유는 아직도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무모하고 무분별한 사업을 유지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사업을 정리하면 자금경색은 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자금경색이야말로 기업으로 하여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수하게 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기업은 구조조정을 한다고 떠들었지만 형식적인 구조조정만 이뤄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줄인 것도 부채상환보다는 신주발행을 통해 부채비율만 감축한 기업도 많이 있었다.

특히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자금조달이 용이했었는데 누가 자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자 했겠는가.

정부는 지난 28일 가진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다시 죄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요에 의한 구조조정은 지금까지도 큰 효과가 없었다.

따라서 앞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자금을 회수하여 기업이 스스로 불가피하게 비효율적 사업을 정리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한 대기업의 자금을 회수하고자 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의 경영권 분쟁, 계열사 분리에 관한 내분 등 불투명한 경영은 그 기업의 장래에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므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자금이 회수되는게 당연한 일이다.

현재의 자금경색은 시중에 자금이 부족하다기보다, 시중자금이 기업에 공급되지 않는데 있다.

정부는 과거와 같은 ''대마불사(大馬不死) 처방''을 지양해야 한다.

기업들은 자칫 그 처방에 중독돼 안이하고 무분별한 사업을 확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거나 시장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킬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은 정이 많아 과감히 퇴출시켜야 할 기업을 퇴출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망해야 될 기업이 빨리 망해야 유망한 기업에 자금지원이 가능해져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망해야 될 기업이 망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다.

chulsoo@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