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신(新)경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보기에도 딱한 일이다.

그것도 재경부 장관과 한은 총재 간의 일이라니 지금이 신경제 토론이나 벌일 때인가하는 느낌부터 갖게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헌재 재경장관과 전철환 한은총재는 지난 주말 제주도에서 열린 서로 다른 세미나에 참석해 우리나라에도 미국식 신경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를 두고 극명하게 대립되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이 장관이 정보통신 분야 급성장을 지적하며 "우리경제에도 신경제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전 총재는 "최근의 물가안정은 수입물가 하락의 당연한 결과일 뿐 이를 신경제로 단언하기는 이르다"며 정부측의 신경제론을 비판했다는 얘기다.

신경제론은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통신업의 발달에 힘입어 물가상승을 수반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골자로 하고 있다.그러나 미국에서조차 아직 학문적 토론의 대상일 뿐 이렇다할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여서 이를 두고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를 논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문제는 증권시장이 연일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는데다 회사채 시장이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기업자금난이 심화되고 있고 경제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때에 고위 당국자가 신경제를 운운하고 있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신경제론이 미국에서 나름대로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벌써 10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유례없는 경기호황을 설명하고자 하는 행복한 고민의 결과라 하겠지만 지금의 우리경제가 과연 이름을 새로 지어불러야 할 만큼 순조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지 당국자들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연일 경제장관들이 회의를 열어야 하고 구조조정 방법론을 둘러싼 갈등마저 심화되고 있는 터에 고위 당국자는 신경제를 노래하고 있는, 이 ''상황의 부조화''야말로 어떤 단어로 정의해야 할지가 궁금한 정도다.

이 장관의 신경제론이 비록 ''우리 경제가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민심 수습용 발언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지게 되면 결국엔 정부 신뢰성에만 흠집을 남길 뿐이고 만에 하나 정부가 진실로 신경제론에 도취해 있다면 이는 여간 위험천만한 일이 아니다.

잘못된 상황 판단과 오도된 원인 분석에 기초해 경제정책을 이끌어간다면 정차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당국자들이 보다 진지하게 현실 경제를 들여다 보도록 권해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