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현재의 경기상황이 금리를 올릴 수도,올리지 않을 수도 없는 모호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미 상무부가 발표한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치(3.5∼4%)를 크게 뛰어넘은 5.2%를 기록했다.

오히려 1·4분기(4.8%)보다 더 높아져 이것만 보면 금리인상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인플레 촉발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소비지출 증가폭은 현저하게 둔화됐고 다른 인플레 관련 지표들도 여전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4분기(7.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에 그쳤다.

이에따라 연준리(FRB)가 향후 금리정책방향을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월가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가 눈에 띄게 둔화됨으로써 FRB의 운신폭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인 나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나로프 회장은 "소비 둔화는 굳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소비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실제 미시간대학이 산정하는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6월(106.4)보다 높은 108.3을 기록,소비지출이 더 늘어날 것임을 시사했다.

정보기술(IT) 등 설비투자와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도 FRB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BOA증권의 이코노미스트 피터 크레츠머는 "IT투자 증가는 생산성을 더욱 높여 인플레 없는 고성장이 지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또 전 분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재고는 소비 둔화와 맞물려 산업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고 하반기에 본격적인 경기둔화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더이상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진단이다.

반면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헨리 윌모어는 기업의 투자러시는 경기과열의 위험을 더욱 높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3.5∼4%선인 적정성장궤도에 안착할 때까지 FRB가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FRB의 추가금리 인상여부는 앞으로 발표될 경기지표들에 달려 있다.

이번주(8월4일)에 발표되는 실업률 등 7월 고용보고서를 비롯,7월 소비자물가(8월16일)를 지켜봐야 ''예상치 않은 고성장''으로 오리무중이 된 금리 방향을 파악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