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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감시대] (128) 제1부 : 1997년 가을 <12> 음모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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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모의 계절 ]

    글 : 홍상화

    한편 그 시각 황무석은 포장마차 안에서 김규정과 소주잔을 앞에 놓고 나무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황무석은 취기로 눈이 풀어져 있었으나 김규정은 멀쩡했다.

    "소주가 안 맞는 모양인데 우유를 사가지고 올까?"

    황무석이 술을 들지 않고 뜸만 들이고 있는 김규정에게 혀꼬부라진 소리로 말했다.

    "아니요,괜찮습니다"

    김규정이 마지못해 술잔을 드는 듯했다.

    지난 한 시간 동안 김규정하고의 관계는 일단 성공적인 변화를 가지고 왔다고 황무석은 생각했다.

    서로 존댓말을 쓰던 사이에서 황무석은 반말을,김규정은 오히려 더 깍듯한 존댓말을 쓰는 사이로 변한 것이 그러하고,일방적으로 자리에서 금방 일어설 것 같던 김규정의 태도가 마지못해서나마 황무석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로 변한 것이 그러하였다.

    황무석은 이제 2단계로 들어갈 차례라고 마음먹었다.

    자신이 일단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한다는 것이 2단계 작전이었다.

    김규정이 인사불성이 된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고 갈 수는 없도록 하는 1단계 작전은 이미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1단계 작전이 성공한 주된 원인은 그 누구도 아닌 외아들 정태 덕택이었다.

    학연이나 지연,아니면 혈연으로라도 김규정을 얽어매어보려고 이런저런 사람을 대었으나 헛수고였다.

    혹시나 자신이 대학교수를 자식으로 가진 점잖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면 김규정의 차가운 태도가 좀 달라질까 하여 외아들이 컴퓨터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로서,특히 컴퓨터 범죄 분야 전문가로서 현재 H대학에 재직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제서야 김규정으로부터 반응이 왔다.

    "이름이 뭐지요?"

    "황정태라고 하지요"

    "혹시 컴퓨터 범죄의 실태라는 책을 쓴 저자 아닙니까?"

    김규정이 물었다.

    "그래요.내 아들 정태가 썼지요.원래는 박사학위 논문이었지요"

    황무석이 반가워하며 말했다.

    "저도 읽어보았습니다.청내 교육 프로그램에서 교재로 택하고 있지요.좋은 책입니다"

    "아,그래요?"

    절호의 기회가 온 듯했다.

    어떻게든 이 기회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황무석은 소변을 본다며 포장마차 밖으로 나와 아들 정태에게 급히 전화를 했다.

    자신이 있는 장소를 가르쳐주며 한 시간 후에 그곳에 도착하라고 했다.

    전화를 끝내고 담벼락 한 곳에 소변을 보면서 황무석은 ''power of pen''이라고 중얼거렸다.

    젊은 시절 그는 익명으로 투서하기를 좋아했고 엄밀한 잣대로 재면 누구나 범죄인인 상황 아래서 투서의 힘을 실감했었다.

    이제는 아들 정태가 쓴 책의 덕을 볼 판이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교수직을 버리고 내달에 대우의 해외 현지법인으로 가 사서 고생을 하겠다는 아들의 결심이었다.

    빈곤을 맛보지 않은 세대의 약점은 무조건 이상을 찾으려는 데 있는데,그 이상이란 책 이외에는 이 세상 어디에도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믿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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