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병마와 싸우고 있는 한국 화단의 거장 운보 김기창(88) 화백이 오랜만에 전시장 나들이를 했다.

삼성서울병원에 입원중인 김 화백은 31일 오전 병원으로부터 ''특별외출허가''를 받아 자신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수제자인 심경자(세종대 교수)화백 등의 안내를 받은 그는 ''청록산수''''바보산수'' 등 자신의 대표작품 앞에 이를 때마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가끔 수화를 통해 "기쁘다""좋다"고 간단한 감정 표현만 할 뿐 관람내내 거의 말없이 자신의 작품을 보면서 지나온 그림인생을 회고했다.

그는 전시장 한귀퉁이에 걸려 있는 북한의 친동생 기만(72)씨 그림 ''홍매''를 보자 복받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흐느껴 울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평소 어린이를 좋아하는 그는 이날도 관람온 초등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운보란 글자가 새겨진 빨간 양말과 흰색 고무신에 갈색 베레모를 쓰고 하늘색 한복을 단정하게 입은 그는 이날 20여분간의 관람을 끝낸 뒤 응급차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돌아갔다.

윤기설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