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상하이 푸동(浦東)지구 컨벤션센터 바로 옆에 자리잡은 샹그릴라호텔 그랜드볼룸.

2백여명의 사람들이 3-4명씩 무리를 지어 토론을 하고 있다.

모두 가슴에 빨간색 아니면 초록색 표지를 달고 있다.

초록색 표지를 단 사람은 외국인들이고, 빨간색 표지를 단 사람은 중국인이 대부분이다.

외국인과 중국인이 ''집단미팅''을 하고 있는 자리였다.

미팅의 주제는 인터넷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인터넷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은 초록색,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는 인터넷 벤처기업가는 빨간색 표지를 달고 있다.

상하이의 대형호텔에는 이런 식의 집단미팅이 자주 열린다.

13억명의 중국시장을 겨냥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대상 인터넷기업을 잡기 위해 마련하는 자리다.

이렇듯 상하이의 인터넷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기대는 크다.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아직 1%를 밑돈다.

13억명의 인구중 이제 겨우 1천만명을 넘었다.

그러다보니 인터넷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이를 겨냥하고 상하이에 떠도는 외국자금만 10억달러를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다.

상하이의 ''닷컴''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물론 중국에도 포털사이트 전자상거래 경매사이트 구인구직사이트 등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본거지는 아직까지는 베이징이다.

중국의 내로라하는 닷컴기업중 상하이에 뿌리를 내린 기업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체제특성상 아직까지 모든 정보와 인재는 베이징을 일단 경유할 수밖에 없는데다 상하이는 오프라인 기업들이 강하기 때문"이란게 양신화(楊新華) 상하이시 외사판공실 부처장의 설명이다.

닷컴의 물결이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넘어오는 단계라는 얘기다.

더욱이 상하이의 닷컴기업들은 성장도 하기 전에 세계적인 ''닷컴위기론''에 휩싸여 몸살을 앓고 있다.

상하이에서 킹헬스닷넷(www.kinghealth.net)이란 의료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장젠쥔(章建俊) 사장.

그는 올 순이익 목표를 묻자 "무조건 0"이라고 말한다.

"70% 도산설에 시달리며 닷컴기업들이 무더기로 쓰러져가는 상황에서 처음에 투입된 자본을 지키는 것만 해도 엄청난 경쟁력이죠"

상하이의 닷컴기업을 둘러싼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엄격한 인터넷 통제도 큰 장벽이다.

올해초 상하이에선 1백20여개의 인터넷카페가 무허가라는 이유로 폐쇄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상하이 닷컴기업들이 손을 놓은건 결코 아니다.

상하이의 특성을 살려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다름아닌 "오프라인 산업이 강한 상하이 주변여건을 활용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하는 것"(페이민·裴民 상하이샤오빈(上海曉賓) FRP공장 부공장장)이다.

상하이의 닷컴.

분명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그렇지만 광범위한 시장과 확실한 기반을 갖춘 오프라인기업을 바탕으로 ''닷컴기업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 특별취재팀 = 정동헌(영상정보부) 한우덕(베이징특파원) 하영춘(증권1부) 차병석(벤처중기부) 박민하(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