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9월 7차협상 이후 4년만에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협상이 재개됐다.

한.미 양국은 지난 95년 11월부터 96년 9월까지 일곱차례에 걸쳐 SOFA 개정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현격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과거와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감지돼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외교통상부 송민순 북미국장도 오전협상을 마친 후 "과거에 비하면 서로에 대해 진지하고 뭘좀 해보자는 분위기였다"고 전해 협상결과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측은 당초 형사재판관할권 문제만 포함된 개정협상 초안을 한국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독극물 방류사건, 매향리 사건 등 불미스런 사건들이 잇따르자 환경 등 다른 분야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여야간 극한 대치국면속의 국회도 일본 독일과 같은 수준의 평등한 협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표명, 미국측을 압박하고 있다.

다음은 이번 협상의 주요 쟁점.

◆형사재판 관할권=미군 범죄피의자의 인도시기를 현행 ''형확정 이후''에서 ''기소시점''으로 앞당긴다는 것이 정부입장이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법정형량 3년 이하의 범죄에 대해 한국측이 재판관할권을 포기하고 미군 피의자의 대질심문권 보장, 재판권행사대상 중대범죄의 조문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또 미군피의자의 신병이 한국측에 넘겨진 이후 법적 권리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경우 피의자의 미국측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미군피의자 ''기소시점''에서 신병을 인도받아 구금하고 현행범은 일본측이 체포할 수 있도록 돼있다.

독일은 인도를 요청하면 미국이 ''호의적 고려''를 해야 한다고 규정,우리보다 유연한 편이다.

◆환경조항 신설 및 근로조건 개선=한국정부는 SOFA에 환경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SOFA에는 아예 ''환경조항''이 없다.

환경오염 제거비용 부담, 환경정보 공개 등 엄격한 환경관련 규정을 두고 있는 미국과 독일간 협정과는 천양지차다.

한편 SOFA 제17조 2항은 "미국 정부는 고용을 계속하는 것이 미국의 군사상 필요에 배치될 경우 언제든지 고용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측은 이 조항을 삭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의 경우 아예 현지 정부가 근로자를 고용해 미군에 제공하는 간접고용제를 채택,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또 미군부대가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70일의 노동쟁의 조정 냉각기간도 45일 정도로 단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통관 및 관세=SOFA 제9조 2항은 미군, 군속 및 가족의 경우 통관절차는 물론 관세 및 과징금 일체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군들이 ''자신이 사용할 물건''이라고 속여 밀수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또 SOFA 제9조 5항은 출.입국하는 미군이나 미군에 우송된 군사화물에 대해서는 한국세관이 세관검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독일간 SOFA에는 군대.군속 및 가족의 배타적 사용에 한해 관세가 면제된다.

또 면세수입인 경우에도 세관서류와 증명서를 일일이 제출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특정사안에 대해서만 면세해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병충해 유입을 막기 위해 주한 미군 농산물의 검역을 주장하는 반면 미국측은 현행대로 자체검역을 고집하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