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경제의 힘 '퓨전서 나온다'] (1) '열리는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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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를 구성하는 5개 구(borough)중 동쪽끝에 있는 퀸스.
''미국의 관문'' 존 F 케네디공항을 끼고 있는 이곳은 말 그대로 ''인종 전시장''이다.
2백만명 남짓한 구민들이 무려 1백67개 국적으로 갈려 있고, 사용하는 언어는 1백16개에 이른다.
''이민의 나라'' 미국의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퀸스에는 요즘 고층빌딩 건축이 한창이다.
시티은행 금융사업부를 비롯 굵직한 기업들이 복잡한 맨해튼을 피해 이곳으로 본사이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퀸스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단지 맨해튼보다 땅값이 싸다는 이유에서만이 아니다.
"퀸스에 들어서면 거대한 인종 용광로의 활기와 다양성이 피부로 느껴진다. 글로벌시대의 필수생존 요건인 다양성 학습을 위해 퀸스만큼 이상적인 곳은 없다"(조셉 파버 퀸스상의회장)
피부빛깔, 언어와 관습, 종교와 문화 등 모든 것이 이질적인 세계 각지의 인종들이 한 둥지에서 부대끼며 사는 곳.
미국사회의 이런 인종적 특성을 보여주는 곳은 퀸스뿐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맨해튼만 해도 최남단의 차이나타운에서부터 그 위쪽의 ''리틀 이탈리아''와 ''리틀 브라질'' 등에 이르기까지 수십개의 인종타운이 형성돼 있다.
여러 인종이 한데 엉켜 구성된 미국사회는 인종간 갈등과 반목, 융화와 협력이 얽히고 설키면서 ''다양성 속의 조화''라는 오케스트라를 연주해 낸다.
이같은 ''이민 파워''의 적절한 활용이야말로 미국경제를 10년 넘게 초장기 호황으로 이끌고 있는 힘의 원천 가운데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실업률이 지난 98년 이후 4%대 초반의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저실업→임금상승→코스트 푸시 인플레''와 같은 교과서적 상황을 비껴갈 수 있는 비결도 바로 다양한 이민의 유입에 있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이민파워의 유입은 미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신경제 기적''에도 끊임없이 에너지를 대주고 있다.
신경제혁명 발원지인 실리콘밸리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중 3분의 1은 외국에서 태어난 이민자들이라는게 최근 발표된 미국 센서스 당국의 조사결과다.
벤처기업 창업쪽으로 가면 이민파워의 기여는 더 높아진다.
지난 95~98년 사이에 설립된 4천63개의 하이테크 벤처기업중 중국계가 20%, 인도계가 9%를 차지한 것을 비롯 전체의 40% 이상을 이민자들이 세웠다.
미국 경제의 다이너미즘을 이끌어내는 힘은 이민에 따른 인종적 다양성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세계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존재를 용인하면서 최선의 조화를 추구한다.
자존심 산업인 자동차 분야의 ''빅3'' 가운데 하나인 크라이슬러가 독일의 다임러벤츠에 팔려 국적을 갈아치워도, 신경제 간판업종인 정보통신분야의 스프린트 에어터치 등 자국 회사들이 영국기업들에 넘어가도 눈하나 깜작하지 않는 나라가 미국이다.
"글로벌시대에 사람이나 기업의 출신지와 국적을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미국을 위해 최선인가 하는 점일 뿐이다"
조슈아 밀스 컬럼비아대 교수(언론학)의 얘기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국제 기업 인수합병(M&A) 통계에서도 그대로 뒷받침된다.
지난해 8천억달러에 육박한 외국기업간 M&A중 30%에 해당하는 2천9백30억달러어치가 ''외국기업에 의한 미국기업 매입''이었다.
반면 미국기업의 외국기업인수는 그 절반인 1천4백57억달러어치에 불과했다.
세계경제의 유일한 헤게모니국가로 떠오른 미국이 ''외국기업 접수''보다 ''외국기업에 대한 안방문호 개방''을 더 많이 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누가 ''우리''인가. 미국 출신이되 외국에 나가서 활동하는 회사인가, 외국인 소유지만 미국에 들어앉아 연구개발을 하고 생산을 하는 기업인가"
80년대말 일본 등 외국기업들이 컬럼비아영화사 록펠러센터 등 상징성있는 미국기업들을 앞다퉈 사들이면서 미국인 사이에 ''외국기업 배척론''이 고개를 쳐들었을 때 로버트 라이시 하버드대 교수가 던진 화두였다.
그가 낙점한 정답은 물론 ''국적이 외국이더라도 미국에 기여하는 기업''이었다.
미국경제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왜 ''퓨전''이 순혈(純血)보다 좋을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미국의 관문'' 존 F 케네디공항을 끼고 있는 이곳은 말 그대로 ''인종 전시장''이다.
2백만명 남짓한 구민들이 무려 1백67개 국적으로 갈려 있고, 사용하는 언어는 1백16개에 이른다.
''이민의 나라'' 미국의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퀸스에는 요즘 고층빌딩 건축이 한창이다.
시티은행 금융사업부를 비롯 굵직한 기업들이 복잡한 맨해튼을 피해 이곳으로 본사이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퀸스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단지 맨해튼보다 땅값이 싸다는 이유에서만이 아니다.
"퀸스에 들어서면 거대한 인종 용광로의 활기와 다양성이 피부로 느껴진다. 글로벌시대의 필수생존 요건인 다양성 학습을 위해 퀸스만큼 이상적인 곳은 없다"(조셉 파버 퀸스상의회장)
피부빛깔, 언어와 관습, 종교와 문화 등 모든 것이 이질적인 세계 각지의 인종들이 한 둥지에서 부대끼며 사는 곳.
미국사회의 이런 인종적 특성을 보여주는 곳은 퀸스뿐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맨해튼만 해도 최남단의 차이나타운에서부터 그 위쪽의 ''리틀 이탈리아''와 ''리틀 브라질'' 등에 이르기까지 수십개의 인종타운이 형성돼 있다.
여러 인종이 한데 엉켜 구성된 미국사회는 인종간 갈등과 반목, 융화와 협력이 얽히고 설키면서 ''다양성 속의 조화''라는 오케스트라를 연주해 낸다.
이같은 ''이민 파워''의 적절한 활용이야말로 미국경제를 10년 넘게 초장기 호황으로 이끌고 있는 힘의 원천 가운데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실업률이 지난 98년 이후 4%대 초반의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저실업→임금상승→코스트 푸시 인플레''와 같은 교과서적 상황을 비껴갈 수 있는 비결도 바로 다양한 이민의 유입에 있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이민파워의 유입은 미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신경제 기적''에도 끊임없이 에너지를 대주고 있다.
신경제혁명 발원지인 실리콘밸리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중 3분의 1은 외국에서 태어난 이민자들이라는게 최근 발표된 미국 센서스 당국의 조사결과다.
벤처기업 창업쪽으로 가면 이민파워의 기여는 더 높아진다.
지난 95~98년 사이에 설립된 4천63개의 하이테크 벤처기업중 중국계가 20%, 인도계가 9%를 차지한 것을 비롯 전체의 40% 이상을 이민자들이 세웠다.
미국 경제의 다이너미즘을 이끌어내는 힘은 이민에 따른 인종적 다양성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세계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존재를 용인하면서 최선의 조화를 추구한다.
자존심 산업인 자동차 분야의 ''빅3'' 가운데 하나인 크라이슬러가 독일의 다임러벤츠에 팔려 국적을 갈아치워도, 신경제 간판업종인 정보통신분야의 스프린트 에어터치 등 자국 회사들이 영국기업들에 넘어가도 눈하나 깜작하지 않는 나라가 미국이다.
"글로벌시대에 사람이나 기업의 출신지와 국적을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미국을 위해 최선인가 하는 점일 뿐이다"
조슈아 밀스 컬럼비아대 교수(언론학)의 얘기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국제 기업 인수합병(M&A) 통계에서도 그대로 뒷받침된다.
지난해 8천억달러에 육박한 외국기업간 M&A중 30%에 해당하는 2천9백30억달러어치가 ''외국기업에 의한 미국기업 매입''이었다.
반면 미국기업의 외국기업인수는 그 절반인 1천4백57억달러어치에 불과했다.
세계경제의 유일한 헤게모니국가로 떠오른 미국이 ''외국기업 접수''보다 ''외국기업에 대한 안방문호 개방''을 더 많이 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누가 ''우리''인가. 미국 출신이되 외국에 나가서 활동하는 회사인가, 외국인 소유지만 미국에 들어앉아 연구개발을 하고 생산을 하는 기업인가"
80년대말 일본 등 외국기업들이 컬럼비아영화사 록펠러센터 등 상징성있는 미국기업들을 앞다퉈 사들이면서 미국인 사이에 ''외국기업 배척론''이 고개를 쳐들었을 때 로버트 라이시 하버드대 교수가 던진 화두였다.
그가 낙점한 정답은 물론 ''국적이 외국이더라도 미국에 기여하는 기업''이었다.
미국경제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왜 ''퓨전''이 순혈(純血)보다 좋을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