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전면 시행 3일째를 맞으면서 의약분업에 필수적인 인프라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처방과 조제를 위해 필요한 전산소프트웨어가 부실해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으며 의료보험 수가체계도 기형적으로 만들어져 환자들로부터 항의가 제기되고 있다.

저소득층 등 자비로 치료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은 의약분업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불안한 처방·조제시스템=의약분업에 대비한 약국관리 프로그램이 함량미달이어서 원활한 조제를 가로막고 있다.

이에따라 조제대기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의약품 조제와 의료보험 수가 등을 처리하는 약국관리프로그램은 대한약사회가 개발한 ''팜매니저2000'',메디다스의 ''앳팜'',메디팜의 ''팜클릭'',온누리의 ''온팜'' 등이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에는 의약품의 정보가 부족,환자가 가져온 처방전에 대한 약가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약사와 환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병·의원의 처방전발행시스템도 상황은 마찬가지.의사들이 손으로 쓴 처방전이 전체의 약 30%에 달하는 것도 바로 프로그램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기형적인 수가구조=의약분업 실시 직전 복지부는 동네의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지을 경우 의원에 2천2백원,약국에 1천원만 내도록 했다.

그러나 동네의원에서 진료만 받고 처방전을 받지 않은 환자는 의원에 3천2백원을 내게 돼 있다.

총액만 고려했기 때문이다.

결국 의원에서 서비스를 더 받은 환자가 돈을 적게 내게 돼있다.

또 현재 동네의원의 초진료와 재진료는 8천4백원과 4천3백원,병원급 이상은 각각 7천4백원과 3천7백원이다.

시설이 좋은 병원의 진료비가 더 싸게 돼 있는 것이다.

수가가 이렇게 기형적으로 된 것은 지난 4월 동네의원들이 집단폐업에 들어가자 복지부가 동네의원의 초진료와 재진료를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의원에서 주사제 처방료는 2천1원,먹는 약 처방료는 1천7백37원이지만 주사제와 먹는 약의 혼합처방료는 1천7백37원으로 오히려 주사제 단독처방 때보다 싸게 돼 있다.

그러나 약국에서는 주사약과 먹는 약을 동시 조제할 때는 주사제 단독조제료의 50%를 합산하게 돼 있다.

◆내몰리는 노인과 저소득층=보건소를 주로 이용하는 만성질환 노인과 생활보호대상자 등의 비용이 의약분업후 크게 증가했다.

의약분업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보건소에서 약을 무료로 받거나 시중 병·의원에서보다 저렴하게 제공받았었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실시된 후 이들도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