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규모와 관련한 ''공적자금''규모를 결정하는 방법은 기준에 의한 산정방식과 가용자원 규모를 설정하는 방식이 있다.

그러나 기준에 의한 방법만으로는 실천성이 없다.

그 이유는 기준이 충분히 구체적이고 엄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기준이 아무리 세세히 그리고 명확히 돼 있다 하더라도 자로 잰 듯이 긋고 자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심사기준이 있더라도 실행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적·사회적 압력 때문이고,다른 하나는 우리의 고유 전통 때문이다.

유교문화권인 우리의 정서로는 규정대로의 심사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학에서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다.

가령 대학에서 교수 평가가 어려웠다.

요즘에는 과거와는 격세지감이 날 정도로 바뀌었다하나 지금도 어려움은 있다.

그 결과 어느 과를 보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모두 정교수가 되어 있다.

조교수나 부교수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금융에서도 신용평가가 실패했다.

그래서 환란(換亂)이 난 것이다.

지금도 신용평가 능력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기업에서도 개개인의 능력대로 인사를 한 예는 적다.

그래서 명예퇴직의 경우 단순한 잣대로 일괄하여 처리한다.

그것이 우리나라 유교의 전통이고 덕망있는 인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기준에 따라 ''공평하게 처리한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부덕''한 것이 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볼 때,기준에 의해서 ''구조조정''을 위한 필요자금을 가늠한다는 것은 필요하기는 하나 그것에만 의존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총량제''가 도입돼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는 이 정도밖에 못하겠으니 최선을 다해 보시오''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하나 기준만으로는 되지 않는 이유는 소위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정확하게는 사기(fraud)-때문이다.

구조조정 기준을 만들어 놓으면 마치 부도기업의 채무가 부도 직후 갑자기 늘어나듯이,부실기업과 은행의 부채가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공적 자금은 한국의 경우 본질적으로 양(量)의 제한이 꼭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공적자금인가.

이미 64조원인가는 들어가 있다.

따라서 추가로 제로냐,30조원이냐,아니면 점점 늘어나는 것까지 합해서 30조원+α냐가 문제다.

기준만 그어 놓으면 분명 30조원이 넘을 것이다.

제로가 되면 구조조정이 절름발이가 되고 흑자도산이 재연되면서 그 국민경제적 폐해는 크다고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기준+총량제한이라는 해법이 필요하다.

그 한 예로 정치적 타결로 30조원으로 결정된다면,그 자금 한도 내에서 구조조정이 일단 수습이 될 것이다.

투입자금이 넘치면 사기꾼들이 가져가고 모자라면 국민경제 전체가 그로 말미암은 경제손실을 안게 될 것이다.

국회에서 공적자금 지원 규모를 결정할 때 양당(兩黨)은 다음과 같은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첫째,이미 나간 공적 자금의 효율성을 따지려는 토론과정이 있을 것이지만,그 시각이 ''적법성''이나 ''기준의 합리성'' 등과 같은 잣대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즉 상업성에 입각한 부실채권 거래를 행정감사 하듯이 따져서는 곤란한다.

특히 유교문화권에서는 그렇게 나간 것을 묻는다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

둘째,의회에서 규모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정부로부터 요구할 때 그 구체성의 정도(transparency)에 관해서 어느 정도의 ''자제력''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적법성만을 고집하다 보면 될 일도 안되고,거꾸로 적법성(비록 형식적일지라도)만 갖추면 얼마든지 사실상의 사기(또는 범법)가 가능해져 ''복마전''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공적자금 규모는 원하든,원치 않든 반드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적 자금 규모야말로 ''무주공산''과 같은 정치적인 특혜로 보지 말아야 한다.

또 너무 시간을 끌지 말고 정부를 믿고 정치적으로 양보할 수 있는 선에서 타결짓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것이 실패할 경우의 국가적 ''신뢰''추락과 그것이 미칠 경제적 폐해를 상상한다는 것은 매우 참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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