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앙골라 정부간의 파트너쉽 구축은 삼성물산이 앙골라 국가산업발전 전반에 걸친 컨설팅을 전담하고 관련개발사업들을 "턴키베이스"로 수주한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교역 위주로 운영돼온 종합상사 비즈니스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등 옛 식민지 종주국들이나 슈퍼파워국가 기업들의 독무대였던 "컨트리 마케팅"분야에 중진국인 한국의 기업이 참여하게된 것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는 외환위기이후 글로벌경쟁에서 위축돼온 한국대기업들이 재기하는 계기가 될 뿐만아니라 앙골라와 같은 개발도상국들과의 경제협력을 활성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앙골라 어떻게 개발되나=앙골라는 확인된 원유매장량만도 1백억배럴에 달하는 아프리카 제2의 원유국.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지하자원도 풍부해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경우 단기간에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있다.

삼성의 앙골라 프로젝트는 석유화학 조선 건설 광업 농업 등 국가경제의 모든 범위를 망라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내전으로 가동중단된 섬유원단공장의 경영정상화,조선소 현대화,농토개발,다이아몬드 등 자원개발등이 현안 사업이다.

이를 위해선 도로 항만 공항등 기반시설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제휴사인 SK건설을 포함해 다른 국내 건설업체들도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분야별 전문가들을 현지에 대거 투입하는 한편 광업진흥공사 농촌경제연구원 등과도 보조를 맞출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특히 앙골라가 2010년까지 하루 1백50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도록 원전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해외사업의 결정판 컨트리 마케팅=삼성물산은 지난 95년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파산 직전의 동 제련소인 카작무스의 위탁경영을 맡아 2년 만에 세계적인 일관 동콤비나트로 성장시켰다.

또 지난 97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루마니아의 스테인리스 공장인 오테리녹스사를 인수,올해 예상순익이 8백만달러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사업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가나에서도 지난 90년 1천2백만달러 규모의 석유제품 저장소를 수주한 것을 계기로 최근까지 8개 설비공사,공사비 5억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이들 3개 사업장이 사실상 삼성물산의 ''캐시카우(현금제조기)''이자 인터넷 등 신규사업의 투자재원인 셈이다.

단순교역의 경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만 수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게 국내 종합상사의 현실이다.

관계사 매출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구조상 단순 교역의 영업이익률은 0.5%도 안된다.

삼성물산은 이에 따라 해외 사업의 신규수익 원천으로 컨트리 마케팅을 지목하고 전세계 개발시장을 맹렬하게 누비고 있다.

◆리스크 축소 방안=컨트리마케팅은 고도의 프로젝트 오거나이징 기법이 동원되고 천문학적 액수의 파이낸싱 기능이 뒷받침돼야하는 만큼 사업 리스크도 큰 게 사실이다.

개발도상국이 주된 사업대상이기 때문에 상당한 국가위험도(컨트리 리스크)가 뒤따른다.

앙골라는 계속된 내전으로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를 프로젝트에 적극 끌어들여 정치적 리스크를 분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현명관 부회장이 세계은행의 자문위원으로 지난 6월 제임스 울펜손 총재와 만나 앙골라의 정치적 위험에 대한 보증을 요청,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세계은행과 맺은 전문인력 교환프로그램(SEP)에 따라 직원을 세계은행 아프리카 담당부서에 파견해 놓은 상태다.

또 사업추진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한국을 포함,주요 기자재 및 설비 공급 예상국가인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수출신용기관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