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금융업계에 때아닌 스카우트 열풍이 불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창투사 설립에 전문인력을 반드시 둬야 한다는 요건이 생기면서 이들 인력에 대한 스카우트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창투사를 설립하기 위해선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또는 창투사나 금융기관 경력자 등의 전문 인력을 3명 이상 갖춰야 하게 돼 있다.

기존 창투사들도 올 연말까지 이 설립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최근 창투사 설립을 마친 A사장은 ''3인 이상''규정을 맞추기 위해 몇 달간 고생했다.

여러 경로로 물색해 겨우 마음에 맞는 사람을 영입할 수 있었다.

"변호사나 회계사 변리사 같은 전문 인력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 가운데 당장 투자업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였다"고 A사장은 말했다.

대개 4∼5명 정도 인력으로 출발하는 자본금 1백억원대 신설 창투사에선 투자를 담당하는 심사역 한 사람의 역할이 무척 중요한 상황.

따라서 객관적인 자격 기준에 맞는 전문가보다 현장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더 절실한데 법령이 이를 인위적으로 막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3인 요건''도 맞추고 실력도 인정받는 기존 창투업계의 베테랑 심사역들이 스카우트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설립을 준비하는 창투사와 연말까지 인원을 채워야 하는 기존 창투사들로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P캐피탈 H심사역은 말했다.

기존 창투사들은 집안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인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연봉과 인센티브를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M창투사 사장은 털어놨다.

K벤처캐피털은 자사 심사역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데려가려는 D창투에 강하게 항의하며 격한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들은 "요즘엔 테헤란밸리에 사무실을 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사람구하기''"라며 "창투사 난립에 따른 부작용을 막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일률적인 규제로 자유로운 창투사 설립을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