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법무성산하 입국관리국은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로 항상 붐빈다.

여름방학과 휴가철인 요즘은 더욱 그렇다.

고국을 다녀오려는 외국인들이 재입국허가를 받기위해 끊임없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 곳은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싫든 좋든 누구나 반드시 한번쯤은 들려야 하는 필수코스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천명의 외국인이 찾는 이곳의 인상은 좋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허름한 건물내부에 외국인을 위한 안내판이나 설명서 하나 제대로 붙어있지 않다.

이용하는 주고객이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들임이 분명한데도 해당국 언어를 구사하는 안내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외국인들이 서툰 일본어로 물을라 치면 일본인 직원들은 속사포같이 대답해버려 알아듣기가 어렵다.

직원들의 말투도 ''일본적''이지 않다.

지극히 사무적이고 딱딱한 말씨의 답변만 되돌아오기 일쑤다.

사소한 질문에도 ''그건 저쪽에 가서 물어보라''든지 ''내소관이 아니라 모른다''는 식이다.

외국인 고객을 위한 행정서비스여야 하는데도 일본인 특유의 친절과 미소는 없다.

차갑고 굳은 표정과 말씨만이 창구를 채우고 있다.

친절에 관한한 세계 최고라는 일본인에 대한 외부평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방문객들은 ''비싼 돈(복수허가 6천엔)을 치렀는데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하는 씁쓰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입국관리국을 이용하는 외국인들의 상당수는 주재원,유학생과 그가족들이다.

또 공교롭게도 한국 중국과 기타 아시아국등 일본과 인접한 나라의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모두가 선진국 일본에서 더 배우고 본받고 일본과 친해지기 위해 일본땅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들이다.

주식회사 일본의 서비스와 상품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류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일본입국관리국의 사소한 부주의와 불친절 직무태만은 이웃나라 국민들의 마음에 불유쾌한 기억을 남긴다.

선진국의 참된 모습은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 고품질 행정서비스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이곳 일본 공무원들은 잊고 있는 것 같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