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는 1939년 휴렛과 팩커드가 스탠퍼드대학내 허름한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53년 생겨난 스탠퍼드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산업과 더불어 발전했다.

80년대에 잠시 위기를 맞았지만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넷스케이프 야후 등이 출범하면서 세계 정보산업의 메카가 됐다.

20∼44세가 인구의 43%를 차지하는 데서 볼수 있듯 실리콘밸리는 기술과 아이디어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젊은층들로 북적댄다.

그러나 90년대중반부터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집값과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평균월세가 2천달러 이상이고 휘발유값도 미국내 다른곳보다 평균 30%가 비싸다.

집값이 치솟자 백인들이 흑인동네인 이스트 팔로알토로 몰려들어 흑인들을 쫓아내는 사태도 생겼다고 한다.

또 벤처기업인들 사이에 수억원씩 들여 와인창고를 짓고 최고급 와인을 쌓아 놓는게 유행하는 바람에 샌프란시스코 북쪽 와인생산지인 나파 소노마밸리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처럼 일확천금의 도시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리콘밸리 거주자들 상당수가 실은 빚투성이라는 보도다.

평균연봉이 5만1천여달러로 미국 최고인데도 가구당 빚이 9만7천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것이다.

스톡옵션을 믿고 최고급 승용차와 명품만을 선호하는 등 돈을 펑펑 써댄 나머지 자칫 파산할지도 모르는 빛좋은 개살구가 됐다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의 빚 소식이 남의 일같지 않은건 국내 테헤란밸리의 어두운 소문들 때문이다.

테헤란밸리 또한 연초까지 사무실이 동나고 룸살롱에 자리가 없다고 난리였다.

근처에 골프밸리가 형성된 것은 CTO(기술총책) CMO(마케팅총책) CVO(비전총책) CIO(정보총책)까지 최고책임자 아닌 사람이 없을 지경이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더니 코스닥시장이 주저앉으면서 한숨소리가 진동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나스닥주식이 계속 떨어지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앉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기술개발 없이 과장광고와 그럴싸한 헛폼으로 일확천금을 노린 일부 벤처기업가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