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내수 체감경기가 18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7일 업종별 매출액 기준 6백대 기업(5백51개사 응답)의 기획 관련 담당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24∼28일 방문과 전화를 통해 설문조사한 결과 "8월 내수경기 기업실사지수(BSI)가 94.9로 지난해 2월 이후 1년반만에 100 이하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내수와 수출을 합한 종합경기 실사지수도 91로 나타나 지난 7월 BSI가 17개월만에 100 이하인 91을 기록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기실사지수가 100 이하이면 해당 월의 경기가 전월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갈수록 악화되는 기업환경=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내수경기가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무엇보다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심리 불안 때문이라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설문 조사에 응한 인천제철 박봉규 차장은 "철강업종의 경우 건설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내수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기업인들은 이번 조사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판매가격 하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가 기업환경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경련의 조사 결과 기업의 채산성 BSI는 95.8로 나타났으며 자금사정 BSI도 96.9로 조사돼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심화되는 경기양극화=유통업종의 경우 지난달 내수와 수출을 합친 기업경기 실사지수가 100(실적 기준)을 기록했으나 8월엔 64.3(전망치)으로 곤두박질쳤다.

건설은 같은 기간 80에서 75로 더 떨어졌다.

비수기인데다 소비심리까지 위축돼서다.

전경련 유재준 경제조사팀장은 "섬유 가죽 신발 등 경공업에서 경기하락세가 커지는 반면 반도체 전기·전자 등의 업종은 잘나가면서 경기 양극화가 심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불안한 수출·투자전망=수출 BSI는 101.6을 기록,지난달에 비해 다소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전경련은 그러나 △통상 압력 △원자재값 상승 △수출단가 하락 등 수출환경의 악화로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는 것으로 예상했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새 경제팀이 금융 부문의 경색을 풀고 경제불안 심리를 해소시켜야 내수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