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지 독점전재 ]

유럽 인터넷업체간에 인수합병이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미디X라는 독일소재 의료기기 전자상거래업체는 최근 몇주간 자금난에 빠진 영국과 포르투갈의 유사업체들로부터 회사를 인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추세가 수개월간 계속되면 연말에는 유럽의 인터넷업체 수는 크게 줄고,국경을 초월한 합병으로 범유럽 업체는 늘어나며,유럽 각국의 e비즈니스 플랫폼은 통일될 것이다.

인터넷업체들이 뭉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최근 온라인패션업체 부닷컴과 건강제품을 팔던 클릭망고가 막대한 투자자금을 공중분해시키고 면목 없이 파산한 것은 준비가 아무리 철저한 업체라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합병에 나서는 유럽 인터넷업체들이 미국의 경우와 다른 점은 해외에서 파트너를 찾아야 하고,설립된지 1년 미만인 회사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98년후반∼99년에 많은 인터넷업체가 생겼지만 유럽은 99년말부터 인터넷사업이 붐을 이뤘다.

이는 벤처캐피털들이 지난 1년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결과다.

벤처캐피털들이 성급한 잔치를 벌였는지는 올 연말통계가 나와야 정확하게 알 수 있지만 99년 유럽에 들어온 벤처자금은 1백30억달러에 달해 98년보다 65%가 늘었다.

이는 90년대 초반 연평균수치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액수다.

이 모든 상황은 그러나 올 4월 중순에 미국 나스닥 폭락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많은 회사들의 주가가 그후 회복됐지만 주가 등락폭이 커지면서 기업공개가 줄줄이 연기돼 유럽의 신생기업들에 큰 타격을 입혔다.

벤처캐피털들은 몸을 사리게 됐고 신생업체들의 자금유치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 와중에 신생기업들의 운명은 명암이 갈리기 시작했다.

시장자금이 바닥나기 직전 글로미디X는 8백만달러를 끌어들였다.

그러나 의료기기를 파는 유사업체 40개사는 4월이후 종자돈이 불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돈줄을 움켜쥔 벤처캐피털들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편 다른 유럽국가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일부 회사에는 인터넷기업들의 몰락이 기회가 되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에서 살아남을 업체는 결국 글로미디X를 포함,6개 미만으로 축약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은 인터넷업체간의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고있다.

이들은 "인터넷사업도 일반 사업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모든 신흥산업에서 합병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아틀라스 벤처의 파트너인 필립 클로드는 "지난 1920년대 유럽에 자동차회사는 2백개나 있었다"고 설명한다.

로이터 그린하우스 펀드의 공동회장인 존 테이섬도 "합병은 가장 좋은 비즈니스모델만을 살아남게 해줄 것"이라며 합병이 인터넷업계가 안정적인 성장에 들어서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모든 신생업체들이 부닷컴 같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B2B업체들은 현금이 떨어지더라도 파산까지 가지 않는다.

대기중인 인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들도 투자한 자금이 분해되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은 실제수익이 나올 수 있는 출구를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합병바람은 유럽 인터넷 회사들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인수나 제휴,어떤 쪽으로 운명이 결정되든 이들은 더 큰 조직 속에서 문화충격을 견뎌내고 2인자로서의 생소한 역할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유럽은 사업실패와 파산을 개인적 수치로 여기는 문화때문에 미국보다 개척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러한 풍토도 곧 변하게 될 것이다.

수개월 안에 모든 변화의 바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英 이코노미스트 8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