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세 이상 성인은 한 달에 평균 8일 술을 마시고 있다.

또 소주 1병 이상을 마시는 사람이 전체 음주자의 27.2%에 달한다.

맥주 한두캔이나 양주 서너잔에 그치는 외국인에 비해 과음을 하고 있다.

주 1회 이상 ''필름''이 거의 끊길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도 4.75%에 달한다.

20세 이상의 음주율은 남자가 85%,여자는 45%를 넘고 있다(199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

이처럼 한국은 알코올 소비량면에서 러시아와 세계 1∼2위를 다투는 ''음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다.

술로 인한 실수에 대해 관용적이고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아 술 값이 저렴한 것 등이 한국의 독특한 음주문화를 만든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도한 음주는 인체의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준다.

작은 양의 술만 마셔도 대뇌피질은 마비되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자제력과 이성을 상실하게 돼 기분은 좋아지지만 알코올 흡수량이 늘어나면서 정신 및 신체기능이 떨어져 사고를 내기 쉽다.

특히 대학신입생 등 초보 음주자가 일시에 많은 술을 마시면 뇌간이 마비돼 호흡곤란으로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만성 알코올중독자의 뇌는 크게 쪼그라들어 있고 주름이 많이 퍼져 있다.

과음은 알코올성지방간 간염 간경화 등을 가져올 뿐 아니라 심하면 간기능을 영영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간질환 외에 과음은 췌장염 위염도 유발한다.

췌장염이 생기면 소화효소 생산과 인슐린 분비에 지장을 초래하고 만성적인 소화불량으로 이어진다.

특히 과거에는 담석이 췌장염의 주된 요인이었으나 요즘은 과음이 더 심각한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알코올은 식도암 위암 간암 구강암 후두암 등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중독자는 식도암 발생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10배나 높다.

간암에 걸릴 확률도 4배나 더 높다.

또 만성과음으로 알코올 자체가 심근을 변성시키고 심장의 펌프질을 약화시켜 부정맥 협심증 등을 유발한다.

고혈압도 생길 수 있다.

음주는 경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음주로 인한 생명단축 폭행 성폭력 의료비 등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한국의 경우 연간 20조원의 경제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추산이 나와 있다.

특히 최근에는 양주 수입이 크게 늘어 사치풍조를 부채질하고 무역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위스키 수입량은 미국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세계 4위로 여행객들이 사오는 비관세 양주까지 합하면 미국과 거의 맞먹는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음주는 절제의 미학이다.

의학적으로 사망률을 가장 낮춰 주는 음주량은 하루 소주 1잔,맥주 2분의 1캔,위스키 또는 포도주 2분의 1잔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 이 정도만 마신다면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양이라도 잦은 음주가 몸에 더 해롭다.

음주를 운동 등 다양한 취미로 돌리고 균형잡힌 영양섭취로 음주로 소모되는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을 보충하는 데 힘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