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0여개 대학 및 종합병원 1만6천여명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파업이 1주일을 넘기고 있는 상태에서 전임의(펠로) 1천3백여명 마저 전면파업에 가세함으로써 우리나라 핵심 의료기관의 진료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지게 됐다.

이제 대학 및 종합병원은 교수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응급실 운영이 사실상 마비된 것은 물론이고 한시가 급한 중환자 수술에도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계 파업으로 수술이 연기된 뇌종양 환자가 이를 비관하여 자살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물론 자살사건이 의료계 파업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 것은 분명한 사실일진대 의사들이 이를 외면하고 집단행동을 계속하는 것은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처사로 비난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사실 의료계가 처음 집단폐업에 나섰을 때만 해도 의사들이 오죽하면 집단폐업에 까지 나섰겠느냐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한 국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의료계의 요구사항이 자꾸 바뀌고 다양해져 이제는 의료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헷갈린다는 것이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6월말 의료대란 당시 폐업명분으로 내세웠던 임의조제·대체조제 문제에 대한 의료계 주장이 여야합의에 의한 약사법 개정에 대부분 반영되자 또다른 요구사항을 끊임없이 들고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의보수가 현실화,의보재정에 대한 50% 국고보조를 들고 나오더니 급기야는 올바른 의약분업과 진료풍토를 조성할 수 있을 때까지 폐업하겠다는 등 도대체 무엇을 요구하는지 조차 불분명한 요구조건을 들고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의료계가 의약분업을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는 지경이 됐다.

더욱이 정부에서도 의보수가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국무총리 산하 ''보건의료 발전 특별위원회''에서 개선방안을 찾아 볼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논의조차 해보기도 전에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양식 있는 의사집단이 취할 행동이라 보기 힘들다.

이제 의약분업은 의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국민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합의인 만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의약분업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시행해가면서 대화를 통해 풀면 될 일이다.

의사들은 환자 곁으로 하루속히 돌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