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2기 경제팀의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화두는 ''시장(市場)''이다.

시장의 힘을 빌려 개혁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9일 열린 첫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시장을 외면할 경우 현대의 생존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한 게 대표적이다.

시장에 부담을 주는 부실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시장은 민감하고 예측불가능한 데다 그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예금보호한도(2천만원)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방향을 튼 것도 시장의 동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정확한 판단을 토대로 한 것인지 의문이 간다는 지적이 있다.

시장의 반응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릴 소지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시장친화적 개혁으로 전환=경제장관 간담회에선 경제 펀더멘털을 튼튼히 하기 위해선 시장경제 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하는 게 급선무라며 이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정책수립시 최대한 시장의 의견을 반영키로 했으며 산업현장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부실기업은 시장원리에 따라 퇴출시키기로 했다.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그동안 규제가 많이 풀렸지만 시장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현실과 괴리된 규제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진념 장관은 ''창의와 열정''이 실현될수 있는 시장시스템 구축이 개혁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1인당 2천만원으로 예정된 예금보장한도의 상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개혁의 부작용을 보완해 시장친화적인 개혁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은행합병도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은행간 자율적인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속도는 앞당긴다=새 경제팀은 4대 부문 개혁중 중요한 사항은 연말까지,세세한 부분은 1년내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우 계열사는 9월까지 처리방침을 확정하며 아직 처리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32개 워크아웃 기업은 11월까지 정리키로 했다.

새 경제팀은 특히 부실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방지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진 장관은 8일 열린 재경부 간부회의에서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사례를 연구해 워크아웃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선 철두철미하게 책임을 추궁할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재경부는 조만간 민·형사상 강력히 책임을 추궁할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개혁과 거시 경제=진 재경부 장관은 지난 7일 취임직후 "금융개혁을 위해 공적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면 국회동의를 거쳐 정식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이달안으로 그동안 사용한 공적자금 사용내용을 상세히 밝히는 백서를 발간하고 추가소요액도 확정키로 했다.

9월 중 국회에 추가조성을 위한 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현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거나 하강국면이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재경부는 ''저금리-저물가-재정긴축''이라는 현행 거시경제틀을 유지키로 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