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후 처음 열린 9일의 경제장관 간담회는 여러모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바로 하루전 열린 각의에서 "각종 경제·사회 현안을 조기에 해결하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까지 있었고 현대문제를 둘러싸고 재경부장관과 금감위원장등 신임 각료들의 입장이 다소는 혼선을 빚는 것처럼 비쳐졌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정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부실 조기정리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지식정보 강국 실현방안,생산적 복지체제 구축,남북 경협의 효율적 추진 등을 새 경제팀의 4대 정책과제로 선정하고 오는 연말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기로 했다고 한다.

또 이를 위해 2주에 한번씩 갖던 경제정책 조정회의를 당분간 매주 열기로 하고 경제장관들이 난상토론을 거치되 한번 결정이 내려지면 일사불란하게 일을 처리하는,소위 팀플레이 방식으로 경제정책을 운영하기로 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새 경제팀의 이같은 회의 결과를 보며 한가지 우려를 갖게 되는 것은 경제정책이 과연 ''연말까지'' 등으로 시한을 정해놓고 추진할 만한 일인가 하는 점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고서야 부랴부랴 현대문제 조기해결론으로 굳어진 과정도 좋은 모양은 아니지만 기업구조개혁 등 경제 현안들을 시일을 못박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적지않은 의문이다.

경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움직여 나가는 것이고 정부는 원칙을 세운 다음 법률을 통해 시장을 관리해가는 것일 뿐 기업과 같이 일정한 수치목표를 정해 일을 추진하는 조직은 아니라고 보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시급한 현안인 현대문제는 각종 대출금이나 회사채 만기일 등이 미리부터 정해져 있는 만큼 일정한 시한을 못박아 해법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겠으나 다른 경제 현안들,예를들어 생산적 복지체제 구축이나 지식정보강국의 실현,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은 단기업적 만을 중시하는 속전속결식 접근방법으로는 결코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고 하겠다.

경제 개혁은 천천히 나아가되 확고하게 전진하는, 점진적 방법론으로 추진해가는 것이 실효성이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차제에 하나 더 지적해두자면 중차대한 경제현안들에 대한 장관들의 발언도 이제부터는 좀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국자들이 시장에 앞장서서 과도한 명분론을 주장한다거나 개인의 의견과 정부정책을 혼동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많은 발언을 되풀이하는 것은 스스로 운신의 폭도 좁히고 또 공신력에도 흠집을 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