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44포인트 급등했다.

지난 8일까지만 해도 비관론과 자포자기에 휩싸였던 증권가에 낙관론과 희망의 싹이 돋아나고 있다.

당분간 오르기 힘든 산으로 여겨졌던 700선을 단숨에 돌파해 버렸다.

''팔짱''만 끼고 있던 외국인도 1천2백억원어치 가까이 대량 순매수하며 분위기 역전에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단기 바닥권을 확인한 것이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하룻동안의 큰 폭 상승을 놓고 추세반전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중기 데드크로스와 이동평균선 역배열로 상징되는 하락추세가 상승추세로 돌아서기엔 몇가지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바닥 탈출의 징후=우선 주가가 전 저점 부근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이 주목된다.

8일 종가 666.08은 지난 5월29일의 전 저점 655.93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5월말 655에서 강하게 반등했듯이 이번에도 660을 기반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종합주가지수 650∼660은 바닥권이라는 공감대가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거래량과 거래대금 지표도 바닥 탈출의 시그널을 보낸다.

2억주를 밑돌던 거래량은 9일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3억주에 육박했다.

한때 1조3천억원선까지 떨어졌던 거래대금도 2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현물지수의 선행지표인 선물이 급반등했으며 외국인이 현·선물을 모두 대량 매수했다는 대목도 고무적이다.

◆기술적 반등론=하지만 9일의 급등은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최근 4일동안 62포인트나 하락했기 때문에 가격메리트가 커보였다는 얘기다.

660∼700의 지수대는 거래가 거의 없어 매물공백 상태라는 점도 상승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함께 선물과 연계한 프로그램매수세가 1천2백36억원어치 유입됐다는 점도 기술적 반등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거래가 미미한 상태에서 프로그램매수가 나와 지수를 밀어 올렸으며 단기투자자들이 대거 추격매수에 나섰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도 있다.

프로그램매수와 데이 트레이더들의 출현은 상황이 반전되면 반대로 주가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감도 있다.

특히 롤오버되지 않은 옵션현물합성포지션이 2천5백억∼3천억원어치 남아있어 옵션만기일인 10일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전망=전문가들은 여전히 현대그룹 및 금융시장의 안정이 현 시점에서 최대변수라고 꼽았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른 시일내 현대문제 해결의 가닥이 잡힌다면 20일이동평균선이 있는 750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기하강 논쟁이 남아 있어 당분간 750을 상향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영건 대유투자자문 사장은 "단기적으론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판단되며 냉각된 시장분위기가 개선된다면 800선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권 사장은 주가가 청산가치를 밑도는 종목이 80%에 달하는등 주가 자체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도 바닥권의 중요한 징후라고 설명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