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고릴라:정동현씨,너무 겁내지 마.저 친구는 저렇게 서둘지만 사실 개 한 마리 제대로 못 죽이는 자야.그러나 나는 사람뿐만 아니라 황소도 죽일 수 있어.

침팬지:개 먹는 새끼가 사람새끼야?

고릴라:자,그럼 준비됐어.당신은 팬티를 입고 우리는 마스크를 벗었으니까.

당신은 눈이 불빛 때문에 좀 시리겠지만 우리 얼굴이 노출되면 안 되니까 할 수 없어.그럼 이제 제대로 하지.얼마 동안 토크쇼 사회를 봤지?

정동현:8년째요.

고릴라:처녀는 몇 명이나 조졌고 유부녀는 몇 명이나 조졌어?

침팬지:야! 고릴라,그걸 이자가 어떻게 기억하겠어.컴퓨터를 갖다주면 몰라도….

고릴라:그렇게 많아?

정동현:살려주세요.제발 살려주세요.무엇이든지 다 줄게요.돈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요.…이것부터 받으세요.

(사이)

고릴라:이거 로렉스 금딱지 시계군.우리에겐 너무 과분해.필요 없어.불쌍한 사람한테나 줘.그리고 당신 돈은 필요 없어.우리는 나쁜 짓 하지 않고 살 만큼 충분히 돈은 있는 사람이야.

침팬지:야 고릴라,그 로렉스 시계 나한테는 어울릴 거야.이자에게 어차피 이런 시계는 필요 없을 거 아니야.무덤에 시계를 가지고 가서 뭘 해.

정동현: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침팬지:시끄러워.조용히 하지 않으면 당장 손봐줄 거야.

고릴라:정동현씨.나이가 지긋한 사람이 어린애처럼 왜 눈물을 자꾸 짜….나는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내 친구는 일을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고.다시 묻지,몇 명이나 조졌어?

정동현:많이요…많이요….

침팬지:기억할 수 없이 많이 조졌단 말이야?

정동현:….

고릴라:처녀나 유부녀나 가리지 않고 그랬단 말이지…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말로 해.

정동현:그랬어요…가리지 않았어요.

침팬지:야 고릴라,네 마누라도 이자한테 당한 거 아니야? 작달막하고 까무잡잡하고 앙탈만 부리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여자를 조진 적이 있는가 물어봐.

고릴라:시끄러워.지금 장난하는 게 아니야.정동현씨! 당신 참 한심하군.어떻게 울지 않으면 무릎꿇고 두 손 싹싹 비는 게 버릇이 돼 있어! 당신 도대체 나이가 몇이야?

정동현:마흔여섯 살이에요.

침팬지:남자 나이 마흔여섯 살이면 성욕을 과시하려고 악을 쓸 때라고 그러더라.그냥 용서해주자.앞으로는 그짓 못하게 X대가리나 작살내놓고…저 망할 년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울고 지랄이야….

고릴라:야 침팬지,출세하려고 남자의 요구에 선뜻 몸을 바치는 저년도 불쌍한 년이야.

정동현:아니에요.그런 게 아니에요.전 여자에게 절대 강요한 적 없어요.여자가 원했어요.

고릴라:그래? 여자가 원했다구?

침팬지:이 새끼가…아가리 있다구 무슨 말이든 다 지껄여?….

(사람 패는 둔탁한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