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생산라인의 신·증설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설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투자 전략을 바꾸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상반기에 무더기 흑자를 기록했지만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신규 투자보다 설비 보완 및 라인 합리화 투자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포철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은 최근들어 신설 투자를 가능하면 보류하는 대신 생산라인의 효율성을 높여 캐퍼(생산 능력)를 확충하는 쪽으로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포항제철은 최근 총 3천50억원을 들여 5개의 열연 공장 중 2개의 공장을 개조,2003년 4월까지 열연코일 생산을 1백32만t 가량 늘리기로 결정했다.

합리화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충하면 라인을 새로 건설하는 것보다 투자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광양 2열연의 경우 가열로와 압연기를 1기씩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47만t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철은 포항 1열연공장도 슬래브 평랑기를 교체하고 모터를 증설,53만t의 제품을 증산할 예정이다.

포철은 광양 미니밀 등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막대한 손실을 경험했던 만큼 수익 위주의 보완 투자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공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업그레이드(up-grade)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측은 반도체 라인을 세우는 데 통상 2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지만 업그레이드의 경우 2천억∼3천억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회로선폭(시링크) 미세가공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보완 투자를 마치면 라인별 생산량이 15∼20% 가량 증가하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를 줄이면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올들어 0.17미크론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포토장비 화학증착기(CVD)를 도입하는 등 올해안에 라인업그레이드에 총 1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현대자동차도 당분간 국내 생산량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대신 라인 효율화와 선진기술 개발을 위한 시설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아차와의 시너지 효과와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에 대비한 라인 재배치 등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분해로 내부의 코크생성 억제,혼합크래킹 기술 개발,촉매 재생설비 개선 등을 통해 에틸렌 연산능력을 73만t으로 확충하는 등 화학공장 라인별로 생산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보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석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과잉설비 문제가 논란을 빚은데다 최근 기업금융시장의 경색으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공장 신설보다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보완 투자를 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익원.김용준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