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예방주사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최근 미국 신경제 위력이 갈수록 강해지자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미 경제가 저물가 속에 부작용 없는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주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경기과열을 우려한 연준리(FRB)가 지레 겁먹고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월가 전문가들 말을 인용,노동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고 있는 경제성장을 기존 구경제 분석 잣대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고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전에는 연간 3%선이었으나 지금은 4%대로 높아졌기 때문에 성장률이 높아지고 실업률이 낮아진다고 해서 과열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마틴 베일리 의장은 "그동안 미 경제가 전문가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고성장을 지속해왔던 점을 보더라도 기존 잣대로 경제현상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 경제는 지난 5년 동안 물가안정 속에서 연평균 4.08%에 이르는 고성장을 지속했다.

이는 기존 경제이론으로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경지의 경제상황이다.

더욱이 경기변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여겨졌던 높은 생산성향상도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90∼94년 연평균 1.6%던 생산성 신장률이 95년 이래 연2.4%로 급격히 높아졌고 지난 2·4분기에는 5.3%에 달했다.

이같은 생산성 향상속도가 유지될 경우 미 경제는 인플레 우려 없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릴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는 미 경제 적정성장률과 실업률은 각각 4%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올 연간성장률 전망치(3.9%내외)와 실업률(4%)를 감안할 때 현재 미국 경제가 결코 과열상태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실업률이 3.5%로 더 떨어져도 인플레가 유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경기과열을 진정시켜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FRB의 정책운용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ING베어링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렌스 커들로는 "높은 생산성은 미 경제가 아직도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FRB의 연착륙 시도는 적정 수준에 있는 경제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더들리는 "FRB의 무리한 긴축정책은 고성장 중인 경제에 급제동을 가해 자칫 경착륙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절히 따라잡지 못하는 정책운용은 자칫 더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월가에서는 최근 각종 경제지표를 감안할 때 오는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