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전 현대명예회장이 매각키로 한 현대차 주식은 어디로 갈 것인가.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14일 "계열분리 요건에 저촉되지 않는 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나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특정인을 매각 대상에서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그러나 "현대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산업개발이 사면 또다시 현대자동차계열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어 정세영 회장은 곤란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외환은행과 현대가 협의해서 매각처를 결정키로 했으며 그때가서 생각할 문제다.

다만 정 전명예회장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해외에 내다파는 것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이미 계열분리를 위해 현대차가 매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룹은 이를 거부하고 채권단에 매각하기로 했다"며 "현재로선 외환은행으로부터 되사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분을 더 사더라도 시장을 통해 살 것이며 높은 가격을 주고 직접 외환은행에서 매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다른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현대차가 안정적 지분확보를 위해 이를 매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검토할만한 사안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계열에서 분리된 마당에 현대차 지분을 인수하면 다시 계열사로 편입될 수도 있고 현대차 경영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오해만 살수 있다는 점 등을 의식하는 것같다.

한편 현대차가 이 지분을 인수해 다임러크라이슬러에 넘기는 문제에 대해 현대차는 "유상증자를 통한 제3자 배정으로 다임러와 계약이 돼 있기 때문에 절차상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전명예회장의 매각대상 차지분(6.1%)은 현대차의 경영권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지분의 향배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