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시장경제 규모가 전체 경제활동의 3분의 1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남성욱 박사와 문성민 한국은행 조사역이 최근 발표한 ''북한의 시장경제 부문 추정에 관한 연구''란 공동집필 논문에 따르면 지난 98년 북한의 국민총소득(GNI) 1백26억달러중 27%에 이르는 34억2천만달러가 농민시장과 암시장 등 ''시장경제 부문''에서 달성됐다.

북한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군수 경제가 북한 경제의 50% 정도라고 볼때 나머지 일반 경제 활동 가운데 시장경제 비중이 절반을 웃돈다는 의미다.

이 논문은 북한의 경제체제를 계획경제의 공식부문과 시장경제의 비공식 부문이 공존하는 ''이중구조''로 정의하고 90년대후반 극심한 경제난 이후 북한에서 번창하고 있는 비공식 부문의 경제활동을 처음으로 수치화했다.

◆ 북한경제의 이중구조 =북한의 경제 체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다.

국가가 자원의 배분을 비롯 생산과 소비 소득분배 등에 관한 모든 계획을 수립한다.

물품의 가격도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 80년대 들어 김일성 주석이 농민시장을 활성화할 것을 지시하면서 농민시장(일명 장마당)이 붐을 이루며 시장경제가 싹트기 시작했다.

남 박사는 "90년대 후반들어 극심한 경제난으로 배급 체계가 와해되면서 북한 경제에 본격적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급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됨에 따라 먹고 사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될 상황에 몰린 북한 주민들이 국가 계획이 아닌 사적인 이윤 동기에 따라 행동하게 됐다는 얘기다.

북한 주민들이 텃밭이나 집안에서 생산한 농산물 및 가내 수공업품과 밀수를 통해 들어온 외국상품 등이 북한 당국이 인정한 합법시장인 농민시장과 불법시장인 암시장을 통해 거래된다.

◆ 북한의 시장경제 수용 움직임 =북한에선 지난 90년대 후반기 들어 소폭의 개혁을 추진한 이후 시장경제요소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농업 생산분야의 분조관리제 개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은 각 협동농장에서 생산량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 개인에게 처분권을 주도록 기존 분조관리제를 개선, 지난 9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나진ㆍ선봉 경제무역지대에선 이미 상당한 수준의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 지역에 한해 지난 96년께 상품의 가격을 시장가격 수준으로 현실화했다.

반면 시장경제 요소의 확산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월 인민경제계획법이 제정돼 지난 46년 주요산업의 국유화법령 발표 이후 지속돼 왔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내용을 법제화한 대목이 그렇다.

남 박사는 "북한이 시장경제로의 개혁이 체제위협 요소가 아니라 체제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시장경제 체제로의 개혁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