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가족사진,운동화,금반지,씨앗,화장품,카메라..."

반세기만에 만나는 이산가족들의 사연만큼 준비한 선물도 각색이다.

마음과 정을 담은 가슴저리는 추억거리에서부터 생필품까지 다양하다.

황해도 수안군이 고향인 김상현(66)씨는 "시계 반지 치약 칫솔 속옷 계산기 화장품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큰 가방을 가득 채웠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북한에서는 필요한 물건이 많을 것 같아 생필품을 샀다고 한다.

평남 대동군이 고향인 서순화(여.82)씨는 막내아들 김병길(56)씨에게 줄 운동화 세켤레를 샀다.

1.4후퇴 때 신발이 없어 동상걸릴까 봐 혼자 남겨둔 게 50년 생이별이 되버린 한 때문이다.

헤어진 배우자를 만나는 사람들은 금반지 등의 예물을 준비했다.

살림살이가 어려워 예물도 변변하게 해주지 못했던 기억 때문이다.

북한에서 온 가족들은 술과 옷감,보약,도자기 등을 주로 준비했다.

17살 때 헤어진 어머니를 만난 리동섭(65)씨는 북한의 고급술인 백두산 들쭉술을 정성스레 준비해왔다.

제주도가 고향인 강원숙(66)씨는 술과 인삼탕(인삼을 넣고 끓인 보약) 등을 챙겨왔다.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은 조주경(68)씨는 88세의 노모에게 드릴 금목걸이를 준비했다.

계관시인 오영재(64)씨는 "형과 동생들에게 그리움과 반가움을 시로 선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