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델파이가 부품 공급을 일시 중단,대우차 생산라인이 8시간 가량 정지되기도 했고 사장 인사를 둘러싸고 소송을 벌일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한국델파이는 대우계열사였던 대우기전이 그룹몰락으로 미국델파이에 지분 50%를 내주고 간판을 바꿔단 합작회사여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사태는 외환위기이후 국내 대표적인 차부품업체들이 대부분 해외자본에 넘어가면서 우려됐던 합작파트너들간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첫 케이스다.
국내기업들은 다국적기업의 한국진출이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 외국업체들이 사장 인사 등을 놓고 국내합작파트너나 거래업체를 압박하는 사태가 빈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태전개=대우차는 지난 3월 한국델파이에 부품공급가를 7.3% 인하해 줄 것을 요구했다.
델파이가 수익성을 맞출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대우차는 5월 일방적으로 단가인하 조치를 취했다.
양측은 협상을 재개키로 했으나 50% 지분을 갖고 있던 대우측은 모기업의 재정적 어려움에 지원을 하지 않은 배길훈 사장 등을 문책키로 결정했다.
그리고 6월20일 주총을 열어 자사가 임명한 배 사장 등 이사 2명 교체를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델파이가 거부,부결됐다.
7월 또다시 대우가 일방적 단가인하를 결정하자 배 사장은 부품공급 중단을 지시,대우차 라인이 멈춰버렸다.
대우차는 이어 3월20일부로 배 사장의 임기가 종료된 점을 들어 배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에 델파이는 대우차가 매각될 상황에서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완강하게 버티고 있어 사태해결은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품단가 인하문제=대우 관계자는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델파이보다 훨씬 어려운 협력업체도 10∼20% 정도 단가를 인하했는데 매년 수백억의 흑자를 내는 델파이는 단 1%도 인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대우차가 포드에 넘어갈 것으로 결정되자 버티기 작전을 통해 이득만 채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델파이 관계자는 "대우의 요구대로 7.3% 인하할 경우 델파이는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며 "대우측의 무리한 주장이 예전에는 통했지만 미국델파이에 지분 50%를 넘겨준 판국에 미국측에 먹힐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과거 몇년간 원가절감을 통해 매년 3% 정도는 실질적 납품단가 인하효과를 보게 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장 선임=대우차는 지난해 자사가 육성한 대우기전을 GM계열의 델파이사와 50대 50 합작회사로 전환시키면서 사장 임명권은 한국에서 갖기로 합의했다(이사회는 4대 4).대우는 자사가 추천한 배 사장이 델파이편으로 돌아서자 해임하려했으나 이사회가 이미 델파이에 의해 사실상 장악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결국 외자유치 과정에서 얻은 사장임명권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또 상대가 세계 최대의 부품회사라는 점에서 이번 분쟁에서 그룹해체 상황에 몰린 대우가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