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 광복절, 한반도는 눈물바다였다.

서울과 평양에서 50년만에 만난 남북의 혈육들은 감격에 겨워 오열했다.

남북한의 이산가족 1백명씩이 15일 북측 고려항공 편으로 서울과 평양을 교환방문, 남북으로 헤어져 살던 가족들과 분단 반세기만에 감격적으로 상봉했다.

이날 오후 4시40분쯤 북측 방문단이 단체상봉을 위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컨벤션홀에 들어서자마자 상봉장은 금세 눈물과 통곡과 오열로 가득찼다.

평양음악대 무용과 교수인 김옥배(68.여)씨는 어머니 홍길순(88.서울 서교동)씨를 만나자마자 부둥켜 안고 울음을 토했고 어머니 홍씨는 "옥배야, 옥배야"를 외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중학교때 의용군으로 끌려갔던 북측의 임재혁(66)씨는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나온 아버지 휘경(91)옹 앞에서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린 뒤 "50년만에 이렇게 만나다니,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며 울부짖었다.

평양 고려호텔도 이날 오후 5시5분부터 단체상봉이 시작되자 오열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에 앞서 류미영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 방문단 1백51명과 승무원 16명 등 모두 1백67명을 태운 고려항공 IL-62M 특별기는 이날 오전 10시5분 평양 순안공항을 이륙, 서해상의 남북 직항로를 이용해 10시58분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북측 항공기가 남측에 온 것은 분단 사상 처음이다.

이어 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단장으로 한 남측 방문단 1백51명은 이날 오후 1시쯤 같은 비행기를 이용해 평양으로 출발,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과 평양 고려호텔에 여장을 푼 양측 방문단은 오후에 단체상봉을 한 뒤 남북측 적십자 책임자가 마련한 공식환영만찬에 참석했다.

강창동.서화동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