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3살배기 꼬마이던 내 동생이냐"

"오빠, 오빠, 저예요"

15일 서울 코엑스 3층 컨벤션 홀에서 50년만에 오빠 리래성(68)씨를 상봉한 KBS아나운서 이지연(52.여)씨는 오빠의 품에 안겨 흐느낄 뿐 한동안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3살때 헤어져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나는 오빠지만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반세기 만에 한 테이블에 모여앉은 이들 5남매는 어린 시절 알고 지냈던 친구의 이름을 맞추어 보며 기억을 함께 더듬어 보기도 했다.

지난83년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며 이산의 아픔을 느끼게 한 "KBS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을 진행했던 이 씨는 오빠를 만난 이후 한순간 한순간을 놓칠 수 없다는 듯 마른 체구지만 건강해 보이는 오빠의 모습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 연방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훔쳤다.

한국전쟁 당시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의용군으로 끌려간 뒤 연락이 끊겨 죽은 줄로만 알고 묘비도 만들고 실종신고까지 해두었던 오빠는 그사이 미처 상상도 못했던 배우가 돼 있었다.

17년전 방송을 진행할 당시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오빠 생각이 나 남자 진행자에게 사회를 부탁한 채 뒤에 숨어 눈물을 닦곤 했다는 이씨는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다"는 오빠에게 "다음 번엔 꼭 우리집에 와서 자자"며 막내동생답게 응석을 부리기도 했다.

이들 5남매는 남쪽에 있던 누이들이 부모님의 생전모습 등을 모아 준비한 앨범을 함께 보며 눈감는 날까지 외아들인 아들을 잊지 못한 부모님 생각에 또다시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오빠,통일이 되면 군산 고향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도 함께 성묘가고 우리 집에도 놀러오세요.."

이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오빠의 손을 다시 한번 꼭 잡았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