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푸둥(浦東)지역에 우뚝 솟아있는 동방명주탑.

이곳에서 상하이시내를 내려다보면 거대한 빌딩숲에 깜짝 놀란다.

미국 뉴욕의 맨해튼은 저리가라 할 정도다.

30층 이상 건물만도 1백개가 넘는다.

상하이의 빌딩숲은 올들어 더욱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내 곳곳마다 고층건물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아시아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일시 중단됐던 공사를 재개한 건물도 적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확정을 계기로 외국기업이 상하이로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박래권 포스코개발 상하이현지법인 사장은 "WTO 가입의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금융 정보통신(IT) 무역 생명공학업체들이 중국의 WTO 가입 이후를 노려 상하이로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상하이는 지금 WTO 바람에 휩싸여 있다.

중국기업들은 외국자본과 한판 싸울 채비를 하느라 분주하고, 외국기업들은 13억명의 거대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중국의 WTO가입 이후 가장 변화가 심할 분야는 단연 금융 및 서비스업.

중국은 현재 금융업에 관한 한 외국기업에 빗장을 굳게 채워놓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 할것 없이 오로지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만 허용하고 있을뿐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은 금지하고 있다.

이 빗장이 앞으로 5년안에 단계적으로 풀린다.

최근 미국의 시티은행과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중국본부를 홍콩에서 상하이로 옮긴 것도 바로 13억 시장을 겨냥해서다.

그렇지만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아직 걸음마단계다.

물론 한빛은행과 산업은행 상하이지점은 최근 인민폐영업을 시작할 정도로 어느만큼 준비를 마쳤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상하이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분주하다.

현대증권도 중국과기국제신탁유한공사와 중과현대투자자문이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등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준비를 갖추고 있다.

보험업의 경우 삼성화재가 비교적 활발하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평균 이하다.

"한국 금융기관들의 경우 한국기업만 겨냥했지 중국인을 목표로 하는 것 같지 않다"는게 이곳 금융당국자의 평가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들은 아무런 계획도 없이 상하이를 기회의 땅인양 착각하고 투자했다가 금방 빈털터리가 되어 돌아간다"(서외식 포철상하이사무소장)

대기업도 다를게 없다.

진로 신세계백화점 코오롱이 소매시장을 겨냥하고 들어왔다가 금방 철수하고만 경험이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삼성전자 포항제철만이 이름값을 하고 있는 정도다.

상하이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던 지난달 어느 오후, 훙차오 공항으로 나가는 고속도로에는 차량이 빼곡했다.

대부분 산타나(중국명 桑塔納)였다.

특히 택시의 경우 10대중 9대가 산타나다.

산타나는 폴크스바겐이 상하이다중과 합작해 생산하는 차량.

외국에서는 20~30년전에 이미 단종된 차종이다.

그런데도 산타나는 지난 한햇동안 29만대를 생산, 28만5천대를 팔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상하이에서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남중희 박사는 이같은 놀라운 현상을 선점전략으로 해석한다.

"산타나가 값이 싸서 잘 팔리는게 결코 아니다. 선점효과 덕이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산타나가 자동차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기업이 중국의 WTO 가입을 앞두고 상하이시장의 진출을 앞당겨야 하는 이유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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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 정동헌(영상정보부) 한우덕(베이징특파원) 하영춘(증권1부) 차병석(벤처중기부) 박민하(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