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서는 고공비행을 거듭, 나라 경제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유가를 비롯한 원재료값 급등으로 물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국제 유가가 40달러선까지 오를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경제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 꿈틀대는 물가 =한국은행은 지난달 원재료 가격이 전월에 비해 3.1% 올랐다고 17일 발표했다.

지난 6월 6.5%에 이은 가파른 오름세다.

한은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6월 이후 두달째 급등하고 있는 것은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며 "향후 비용상승에 의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제 유가가 갈수록 오름세를 타고 있어 연말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가 상승으로 지난 상반기 수입물가는 작년 동기보다 10.4% 올랐다.

98년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2차 오일쇼크(81년) 이후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원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목욕료 등 서비스요금, 공공요금 등이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물가를 0.17%포인트 끌어올린다.

원유가 상승으로 상반기에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각각 0.70%포인트, 2.25%포인트 올랐다.

원유가가 소비자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7월말현재 작년말보다 1.2% 상승에 그치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유가가 급등세인데다 의료보험수가 상.하수도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어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 악화되는 국제수지 =산업연구원(KIET)은 올해 무역 흑자 규모가 정부의 목표 조정치에 못미치는 97억달러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나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 44억달러와 하반기 흑자 전망치 53억달러를 합쳐봐야 전체 흑자가 97억달러에 불과할 것이라는 얘기다.

국제 고유가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무역수지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적어도 1백억달러 이상을 달성할 수는 있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미 올들어 7월까지 원유도입액은 1백40억달러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두배 이상 늘어났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원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원유수입은 9억달러 늘어나는 반면 수출은 1억달러 줄어들어 무역수지에 10억달러 감소요인으로 작용한다.

원유도입단가는 지난해 연평균 16.9달러에서 올해 26.5달러선으로 10달러 가량 올랐다.

연간으로 따지면 벌써 96억달러 가량의 무역수지 악화요인이 발생한 셈이다.

유가 급등은 성장에도 브레이크를 건다.

한국은행은 유가가 25%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27%포인트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 산업경쟁력 약화 =생산비용중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는 정유산업의 경우 원가부담 가중과 수요감소로 타격이 예상된다.

나프타 수입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산업도 생산비 상승으로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유가가 25% 오르면 제조업체의 경상이익률은 0.5%포인트 낮아진다고 밝혔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