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안정과 자율적인 구조조정 추진"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17개 시중은행의 은행장이 한자리에 모여 그린 향후 금융정책 방향이다.

정부는 연내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짓는다는 원칙 아래 각 은행들의 자율적인 추진을 촉구했다.

또 구조조정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자금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이전과 다르게 정부 관계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가 오갔다"며 정부방침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 구조조정은 자율과 책임속에 =진 장관은 "연내에 금융시스템 정비를 완료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외환위기이후 2년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온 점을 인정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고 시간도 촉박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정부는 금융시스템 정비는 은행들의 자율과 책임속에 진행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오는 9월말까지 각 은행이 제출할 경영정상화계획이 2차 구조조정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금감위원장은 특히 "자력에 의한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은행들은 은행간 허심탄회한 논의를 바탕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적인 합병 등을 이번 경영정상화 계획에 담기를 바라는 의사표시다.

정부는 또 우량은행도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역설했다.

2차 구조조정은 금융시장개방에 따른 외국선진금융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진 장관은 이와관련, "경제정책을 수요자중심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것이 현 경제팀의 확고한 철학"이라며 "은행장들이 자율과 책임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치어리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 =현대그룹 사태가 진정되면서 금융시장 불안감은 다소 해소됐지만 여전히 중견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등이 어려운게 현실이다.

2차 구조조정을 앞둔 은행들이 몸을 사리면서 리스크가 큰 여신은 꺼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금자부분보장제도 시행이 점차 다가오면서 은행간 예금이동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한마디로 금융및 기업구조조정과정 곳곳에서 자금시장 불안요소는 산재해 있는 셈이다.

이 위원장은 이를 ''안전지대로의 도피심리''라고 진단했다.

은행과 고객들이 모두 위험이 큰 곳은 피하고 보자는 심리를 가지고 있어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은행들이 이렇게 무조건 위험을 회피하다보면 적정한 마진을 확보하지 못하고 부실이 늘어나게 되며 고객기반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은행들이 합심해 시장을 지키려는 노력도 계속해야 자금경색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정부도 제도적인 수단을 강구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은행장들은 중견기업 회사채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의 부분보증비율(현재 25%이내)을 최대한 높여 프라이머리CBO 발행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정부도 정책적인 지원을 최대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