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새 흐름이 요즘 미국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10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들로 하여금 정보를 모든 투자자들에게 동시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공정 정보공개(FD) 규정''을 발표한 게 도화선.
새 규정에 따르면 기업이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 등 특정 고객들에게 정보를 줬다면 그후 24시간 안에 모든 투자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 규정은 공고기간을 거쳐 두 달 뒤에나 발효되지만 월가와 업계는 벌써부터 초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요즘 미국기업의 간부들은 FD 규정을 위반할까 봐 일상적인 대화조차 꺼린다.
보도자료 공개때도 과민에 가까울 정도로 몸을 사린다.
모 회사는 변호사를 4명이나 불러놓고 법적 하자가 없는지 보도자료의 문구 한줄 한줄을 체크할 정도다.
덕분에 기업홍보 컨설팅업체들도 바빠졌다.
기업설명회(IR) 대행업체인 애시톤은 올들어 실시한 IR 자료를 면밀히 읽어본 뒤 어떤 부분이 새 규정에 위배되는지를 일일이 체크하는 ''도상훈련''에 들어갔다.
아예 기관투자가들과의 일대일 대화 금지령을 내린 회사도 있다.
"IR 휴식시간에 기업간부와 큰손들이 모여 은밀한 기업내막을 얘기하던 관행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질 것"(시티그룹의 키프 카페이 수석이사), "기관투자자들의 주식매매 관행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대사건"(힐&노튼의 피오나 로스 선임이사)이라고 지적한 전문가들의 코멘트에서도 새 규정의 파워가 어느정도인지 짐작된다.
사실 증시의 큰손들에게만 은밀히 정보를 흘린 뒤 보도자료는 뒤늦게 배포하던 게 지금까지 미 기업들의 관행이었다.
''영업실적,대형 수주,판매추세''이런 정보를 개인투자자들보다 한발 앞서 얻는 게 바로 기관투자가들의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FD 규정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도대체 어느정도의 관행까지 허용되는지 그 선이 명확하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업계의 불만도 팽배하다.
기관투자가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업 간부들과 정보를 주고받지 못한다는 것은 곧 기관투자가의 핵심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