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위하여…"

17일 남측 평양방문단이 머물고 있는 고려호텔 오찬장에서는 50년 이산의 아픔이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라는 기쁨으로 승화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북에 처자식을 두고 내려온 이선행(81)씨와 북한에 아들을 두고 내려온 이송자(82)씨는 남한에서 결합해 살아오다 이번에 운좋게 나란히 방북길에 올랐다.

부부는 가족간 개별상봉 마지막날인 이날 북에 두고왔던 두 가족간 만남을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이송자씨는 이선행씨의 북한 처 홍경옥씨의 두 손을 꼭잡고 "형님"으로 부르며 예를 갖췄다.

이에 따라 이선행씨는 이송자씨의 아들 박위석(61)씨를,이송자씨는 이선행씨의 아들 진일·진성씨를 새 아들로 얻게 됐다.

또 박씨와 진일 진성씨도 형님과 아우의 인연을 맺게 됐다.

이씨 부부는 그동안 한방에 머물었으나 개별상봉 때만은 각자 다른 방으로 나뉘어 가족들을 만나야 했었다.

반세기만에 보는 자식인지라 어쩐지 서먹한 감도 없지 않았고 부모 서로의 정을 나누기에도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상봉일인 이날,두 가족은 하나로 맺는 예를 치렀다.

박씨는 이선행씨를 향해 "아버지 절 받으십시오"라며 큰 절을 올렸고 진일·진성씨 형제는 이송자씨에게 절을 올리며 "아버지를 통일될 때까지 잘 모셔주십시오"라고 부탁의 말을 곁들였다.

이선행씨는 늙으신 어머니의 노후를 못내 걱정스러워하는 박씨를 향해 "어머니 걱정마라.여기 든든한 머슴이 있으니까"라고 안심시켰다.

이날 처음 얼굴을 마주한 이씨부부의 세 아들들도 이런 인연도 있냐며 서로 돕고 살자고 손을 마주잡았다.

이들의 입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형님"과 "동생"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한편 이에 앞선 개별상봉에서 이선행씨는 북쪽의 아내에게 반세기동안 쌓인 미안함을 전했다.

이선행씨는 홍씨에게 "살아 있어 고맙다.

애들이 착해서 안심이 된다"며 "효도 많이 받고 오래 살라"고 가슴을 털어놨다.

이송자씨 역시 환갑이 지난 아들에게 "신용 잃지 말고 어디 가든지 똑똑히 배워서 건강하게 살라"고 당부했다.

< 평양공동취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