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방문은 남과 북에서 각기 새로운 가족을 탄생시켰다.

방북한 이선행·이송자씨 부부의 두 가족이 하나로 맺어진 데 이어 남쪽에서도 의로 맺어진 가족이 탄생했다.

김일성대학에 수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조주경(68)씨의 어머니 신재순(89)씨는 같은 대학 사학과 김덕호(73)교수의 두 여동생 순자(61)씨와 영자(58)씨를 수양딸로 삼았다.

이들의 인연은 서울방문단의 조주경씨와 김덕호씨가 모두 김일성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아파트의 5층에 같이 살고 있다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서울방문시 두 교수는 각각 49번과 50번이라는 번호를 나란히 받았고 지난 16일 삼원가든에서 있었던 가족동석 만찬에서도 같은 방에서 식사를 하게 됐다.

두 가족은 이 자리에서 자연스레 인사를 나눴다.

슬하에 아들만을 둔 신씨는 특별한 인연을 새겨 순자씨와 영자씨를 딸로 맞이하게 됐다.

나머지 식구들도 자연스레 한 가족이 된 것을 물론이다.

김씨의 동생 병호(62)씨는 "이제 형님들은 북으로 돌아가고 여기 남은 우리끼리 형제의 정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덕호씨 가족은 18일 아침 워커힐에서 마지막 상봉을 마치고 "통일…통일…통일!" 만세삼창을 외쳤다.

김씨는 "헤어질 때는 호탕하게 가야 해.자 우리 한번 크게 웃자"라며 의식적으로 "하하하" 큰소리를 내 웃었다.

그러나 급히 돌아서는 김씨의 눈은 어느새 붉게 충혈됐고 눈동자는 눈물로 흐려져 있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