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

"성묘도 못하고 부모님 산소에 절이라도 하고 가야 하는데..."

서울과 평양에서 상봉한 이산가족들은 분단 반세기만에 만난 기쁨을 제쳐두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호텔 등 지정된 장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봉장소, 두시간 가량으로 정해진 상봉시간 등 여러가지 제약 때문이다.

북측 방문단의 량한상씨(69)는 병석의 노모를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해 18일 새벽 상봉때까지 애를 태워야 했다

때문에 상봉절차와 형식을 대폭 간소화해 실질적 상봉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5일부터 3박4일간의 방문기간 동안 남북 이산가족이 만난 것은 모두 여섯차례.

서울에 온 북측 방문단은 5백여명, 평양에 간 남측 방문단은 2백10여명의 가족들을 만났다.

그러나 상봉시간은 3박4일을 통틀어 평양에선 10시간, 서울에선 11시간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대한적십자사는 9,10월에 이어질 2,3차 방문단 교환때는 보다 실질적인 상봉이 이뤄지도록 개선방안을 모색중이다.

남측 방문단장인 장충식 한적 총재는 평양을 떠나기에 앞서 "앞으로 이산가족 방문은 비용이 절감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판문점을 통한 왕래와 행사준비 간소화를 북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겉치레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상봉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양영식 통일부 차관도 "북측도 이번 상봉을 여러가지 면에서 분석하고 있을 것"이라며 "상봉횟수 및 상봉시간을 늘리도록 북측과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달 29일부터 3일간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 장관급회담과 다음달 열릴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이같은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양 차관은 특히 "2차 장관급 회담이 중요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참관이나 단체상봉 등을 줄이는 대신 가족단위의 개별상봉을 늘리고 서울의 경우 가정방문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또 방문기간중 자유로운 가정 및 고향 방문과 성묘 등이 이뤄질지도 관심사항이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의 상봉확대도 논의된다.

특히 남측은 월북 이산가족보다 월남 이산가족이 훨씬 많은 만큼 이를 감안해 양측 방문단의 수를 똑같이 하지 않고 비례균형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기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